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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이 꿈꾸는 푸른·녹색 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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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중앙민족대학교 임진철 객좌교수

중국의 연변 조선족자치주가 ‘푸른 도시’와 ‘초록 민족’의 땅으로 거듭나려는 용틀임을 하고 있다. 오는 8월 연변에선 자치주와 조선족이 주최하는 대규모 ‘녹색산업’ 박람회와 ‘녹색축제’가 열린다. 때묻지 않은 자연을 기둥으로 생태 산업을 일으켜 번영의 활력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현지에서 조선족들과 함께 행사를 준비해 온 중국 중앙민족대학교의 임진철(사진) 객좌교수(두레마을집단 동북아본부장)를 최근 서울에서 만나 연변이 꿈꾸는 녹색 도시에 대해 들어 봤다. 임교수는 인터넷 중앙일보가 뽑은 초대 디지털 국회의원(통일외교통상 마당) 중 한명이며 독창적인 주제의 글로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임교수는 “연변은 중국에서 조선족들이 가장 많이 사는 땅”이라며 “그런데 언제부턴가 개혁개방의 몸살을 앓으면서 젊은이들은 대도시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특히 ‘코리안 드림’이 불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한국으로 빠져 나갔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연변은 한국인들의 백두산 관광 등에서 나오는 수입과 한국에서 송금되는 돈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임교수는 “그렇다고 연변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는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동춘 차이나 코리안 닷컴 집행회장 등 현지 관계자들과 모여 머리를 맞댄 끝에 ‘푸른 연변, 초록 민족’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연변을 고부가가치형 생태산업의 도시로 탈바꿈시키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구상은 유기농 식품이 인기를 끌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찾는 세계적 흐름과도 맞아 떨어졌다.

임교수는 “우선 오리·바이오 농법 등을 통해 지역 경제를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李집행회장과 함께 최근 동북 3성 등을 돌면서 오리농법 기술을 전수해 성공했다.

중국에서 보통 쌀은 한 근에 1위안20전(약 2백원) 인데, 무공해 오리농법으로 지은 쌀은 한 근에 5위안인데도 없어서 못판다고 했다. 임교수는 “쌀을 비싸게 파는 것 말고도 기른 오리나 오리털을 팔거나 오리탕 식당을 운영해도 되고, 오리육골즙같은 건강식품을 개발할 수도 있어 1석5조”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도 이와 같은 성공 사례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행사는 ▶환경·식품·농업 등에 대한 제품·기술 무역박람회 ▶중국 동북 3성 진흥 프로젝트 설명회 ▶연길·용정시 등의 녹색산업기지 관람 ▶연변 생태 문화 관광 프로그램 ▶각종 세미나 등으로 치러진다.

임교수는 “연변의 탈바꿈 노력은 마침 중국 공산당의 생각과도 맞아 떨어져 현지에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은 공산당 제16차 대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언급하며 생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교수는 이번 행사가 여러가지로 의미있다고 말했다. 우선 동북3성파·북경파 등으로 갈린 조선족 발전 운동을 체계화·국제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녹색’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조선족의 브랜드 이미지로 만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21세기 신발해 실크로드’를 만들기 위한 동북아 한민족 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한국의 발전된 농업과학기술과 연계해 연변과 한국의 윈(win)-윈 전략도 생각한다고 했다.

임교수는 “중국에 간지 8년만에 이런 비전을 세우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대학에서 ‘운동권’이었다. 구로공단에선 노동운동을 했다. 이후 박원순 변호사 등과 참여연대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 사기를 당한 조선족 문제가 부각되면서 서경석 목사와 함께 일했다. 김진흥 두레공동체 대표가 자금을 대면서 ‘조선족 피해자 돕기’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생각에 연변으로 갔다. 이후 연변에 150만평 규모의 조선족 농장을 만들기도 했다. 이후 그는 ‘동북아 전체를 보려면 북경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북경의 중앙민족대학 연구소에 자리를 잡았고, 중국과 한국의 농업지도자들간 교류 등을 주선했다.

그는 “한국 언론들이 동북아 문제를 너무 미시적으로만 접근한다”며 “전략적인 안목이 부족하다. 기업들이 중국에 가서 성공할 수 있는 전략만 강조한다”고 꼬집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선 동북아중심위원회를 만들어 금융·물류 허브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너무 기술경제학적으로만 접근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동북아 전략을 만들려면 중국처럼 우리도 역사·공동체·생태계를 같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혼’이 담긴다고 말했다.

임교수는 “독일 바이엘사는 은행잎 하나로 수만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았나”라며 “우리도 생물 자원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우는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동북아 생물자원 프로젝트를 하루 빨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설자리가 없어지는 한국이 먹고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런 문제를 풀어나갈 때는 한쪽의 패러다임만 주장해선 안되고 ‘신 좌·우 합작’같은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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