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여태 뭐하다 갑자기 쏟아 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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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각종 경제정책을 쏟아놓다 보니 재계에선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서로 엇갈리거나 중복되는 정책이 많아 오히려 헷갈린다"면서 "정부가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정부가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차원에서다. 내수.투자 부진이 심각하고, 청년 실업 증가가 사회 불안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전경련 이승철 상무도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도 "근본적인 처방이라기보다 곁가지 대책이 많아 자칫 경기는 살리지 못하면서 재정적자 등 심각한 후유증만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총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뭐하고 있었나 싶게 정부가 선거 전에 경기 부양책들을 무더기로 내놓으니 각각의 정책이 타당성이 있다 하더라도 '총선용'이라는 오해를 사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어긋난 신호는 혼선만 준다=재계는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재계가 추진하는 기업도시 건설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혀 상당히 고무됐었다. 하지만 그 뒤 경제 부처 일각에서 '수도권엔 안 된다'거나 '특정 산업은 곤란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전경련 현명관 부회장은 "정부가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뒷다리를 잡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실효성 없고 부작용 우려돼=정부가 2008년까지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목표를 세우자 각 부처들이 앞다퉈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중복되거나 재탕.삼탕이 많고, 실효성이 없는 정책들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부분적이고 단편적인 대증요법이자 생색내기"라면서 "법인세 100만원 공제라는 수준의 정책으로는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각 부처가 발표한 일자리 수를 합치면 재경부 30만개, 산자부 11만개 등 모두 180만개가 된다. 2월 말 현재 실업자수 90만명의 두배나 되는 수치다.

◇선택과 집중을 하라=지난달 23일 발표된 특별소비세 인하 정책은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수희 기업연구센터 소장은 "당연한 결과"라면서 "특소세 폐지 등 과감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창업.분사나 공공기관 채용을 늘려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상무는 "일자리 창출은 원래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면서 "굳이 하겠다면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대기업의 투자를 살리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업할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노사 관계가 불안하고 총선 후의 정국 구도에 따라 경제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등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황에선 '백약이 무효'라는 얘기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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