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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스살롱>유재건 국민회의 부총재 부인 김성수 여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사업가 집안의 4남3녀 중 셋째 딸로 태어나 어려움을 모르고곱게 자랐지만 이제는 「짠순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는 유재건(柳在乾.58)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부인 김성수(金成洙.50)씨.투박스러운듯 하면서도 진중한 이미지의 柳부총 재와는 달리 깔끔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그는 철부지 같은 자신을 토닥이며 살아온 남편이 그지없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문을 연다.
『뭐가 뭔지를 알기나 했어야 말이죠.시어머니에다 시할머니까지계셨는데도 툭하면 친정으로 가버리지를 않나,살림이라고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있나….그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살았다면 이혼을당해도 몇번은 당했을 거예요.』 여덟살이라는 적지않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성신문사가 주최하는 평등부부상을 받은 것도 매사에 합리적이고 대화를 통한 일처리를 철칙으로 여기는 남편 덕분으로 돌린다.
하버드대학 출신으로 변호사 자격을 딴후 보스턴에서 교수로 있는 결혼한 딸(27)과 장성한 두 아들(24,20)이 모두 미국에 있어 두 내외만 단출하게 살고 있지만 아침 일찍 남편과 등산도 하고 틈만 나면 성경을 읽는 최근의 생활을 무척 즐기고있다고 그는 말한다.
3년동안 영어강의를 하던 경찰대학에는 남편이 야당으로 간 후별다른 이유없이 못나가게 됐다는 그의 요즘 직업은 남편 운전기사(?).
『운전기사를 둘 여유는 없고 돈도 아까워 맨날 남편을 실어나르다 보니 속내를 모르는 사람들은 의부증 있는 여편네라고 수군대기도 한다』고 웃는다.
서울태생으로 이화여고와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한 그가 남편과첫대면을 한건 대학 3학년때.
『농촌봉사활동을 하는 교내 클럽에 들었는데 유네스코 한국지부에서 일하던 그이가 강사로 왔었어요.인상은 그냥 뚱뚱한 아저씨정도였어요.』 안면을 익힌 柳씨는 자신의 중매를 부탁했고 그는열심히 친구들을 소개해 줬으나 결과는 언제나 불발탄.『한번은 친구들이 그이에게 몰려가 솔직히 말하라고 압력을 넣은 모양이에요.그랬더니 비로소 저한테 마음이 있다고 털어놓더라는 거예요 .평생 딱 한번 의뭉을 떤거죠.』 그후 6.25때 홀로 된 어머니와 할머니를 모시는 어려운 처지라는 솔직한 고백을 듣고 연민의 정이 솟아올랐다고.
『그이를 본 친정 아버지는 「사람은 괜찮은데…」만 연발하시더군요.』결국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애결혼을 감행했던 두 언니에 힘입어 金씨도 결혼에 골인했다.
그때가 68년.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간 그들의 삶은 85년 남편이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때까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그도 72년부터 85년까지 에어로스페이스사 실험실에서 일을 했다.둘 다바쁘다보니 아들 중 하나가 사춘기를 겪으면서 속 을 썩이기도 했다. 『그이는 아이를 붙잡고 몇시간이고 얘기를 하더라고요.저는 속이 터져 죽을뻔 했어요.어쨌든 지금은 그 아이가 더욱 폭이 넓고 깊게 자란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는 행복한가정의 조건으로 충실한 자기 역할수행과 대화를 꼽으면서,한국 여성들은 남녀평등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거기에 걸맞은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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