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앤드루스 환갑나이 잊고 74세 남편 연출 뮤지컬출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올 겨울 뉴욕 브로드웨이는 세계적인 노부부가 연출해내는 한편의 뮤지컬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줄리 앤드루스(60) 주연,블레익 에드워즈(74) 연출의 뮤지컬 『빅터 빅토리아』가 그것이다. 두달 전에 표를 사야 할 정도로 연일 만원사례.30년만에 브로드웨이 무대에 돌아온 『사운드 오브 뮤직』의 줄리 앤드루스.제아무리 불세출의 뮤지컬 스타였기로서니 환갑의 나이에 왕년의 명성을 과연 재연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으나 그것은 부질없는 기우였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율동 속에 춤추며 노래하며 무대를 휘저어나가는 앤드루스의 정열적 연기는 관객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이 「할머니 배우」는 하루도 빠짐없이 주 8회 공연을 소화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력을 과시하고 있다.
『빅터 빅토리아』는 원래 에드워즈-앤드루스 부부가 1930년대 파리의 카바레를 무대로 만들었던 코미디 영화.주인공 앤드루스는 여자가수(빅토리아)로 변장한 남자(빅터)역할이며,당시의 사회문제였던 동성연애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남편이자 연출자인 블레익 에드워즈 또한 관심의 대상이다.『티파니에서의 아침을』『핑크팬더』등 51편의 영화를 만들어 낸 코미디 필름의 세계적인 거장.그런 그가 늙은 아내를 또다시 내세워 낯선 브로드웨이 무대에 생전 처음 도전한다는 것 역시 상당한 모험이었기 때문이다.결과는 일단 성공 판정이 났다.앤드루스의 명성도 톡톡히 작용했지만 뮤지컬 자체가 원작인 영화보다 훨씬 재미있게 만들어졌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관객들의 주된 관심은 작품보다 역시 주인공 앤드루스에쏠려 있다.작품 이전에 이 할머니 배우가 자연연령을 뛰어넘어 펼쳐보이는 정열적 연기가 더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뉴욕=이장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