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은 58개국에 흩어져 있는 업무·마케팅·연구센터를 통합한 110층짜리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서울 뚝섬 부지에 건립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조감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02년 말. 정 회장은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건립을 결심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계 58개국에 흩어져 있는 업무·마케팅 및 연구개발(R&D)센터를 한 군데로 통합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GM과 일본의 도요타도 이런 통합센터를 추진 중이다. 정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이 센터를 건립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평소 ‘자동차 하면 프랑크푸르트’라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2년 뒤인 2004년 9월께. 정부 고위관계자가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프랑크푸르트 대신 서울에다 지을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그 뒤 현대 측은 삼표레미콘 부지를 선정했다. 이 땅은 정 회장의 사돈인 강원산업 정도원 회장의 소유였다.
정 회장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정도원 회장의 장녀(정지선)와 결혼했다. 그런데 강원산업은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다 사돈 계열사인 INI스틸(옛 인천제철)과 합병, 이 땅도 현대·기아차그룹으로 넘어왔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삼표레미콘 부지 2만2925㎡(약 6935평)를 포함해 총 3만3484 ㎡(약 1만129평)에 약 2조원을 들여 지하 7층, 지상 110층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을 지을 계획이다. 순조로우면 2010년에 착공해 2013년 완공할 예정이다. 주차장을 뺀 지하 1~4층은 자동차 테마파크로 꾸밀 계획이다. 지상 2~4층은 자동차 복합 전시공간으로 잡혀 있다. 4~70층은 마케팅 부서와 R&D센터를 한데 모아 글로벌허브(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71~108층은 해외 바이어들이 이용하는 호텔로 꾸민다. 109,110층은 스카이라운지와 놀이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건설 계획을 놓고 일각에서 특혜 시비가 제기되고 있다. 이 부지는 당초 준공업지역이었다. 서울시가 이 일대를 서울숲으로 만들 때 자연녹지지역으로 변경한 뒤 다시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꿨다. 따라서 서울시가 이 땅을 상업지역으로 변경해 글로벌 비즈니스센터가 들어서게 되면 용도지역이 4~5단계나 상향되는 셈이다. ‘특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현대 측은 이 센터가 차세대 성장동력의 원천이 되는 곳이기 때문에 광의의 사회간접자본시설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건설기간 4년 동안 약 2만7000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경제유발효과가 6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성동구 측은 개발이익은 법 테두리 안에서 모두 환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국내에서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건립이 어렵다면 당초 계획대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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