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촛불 한 달 … 울고 웃는 광화문통 상인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강영자(62·여)씨는 1986년부터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건너편에서 중국집을 운영해 오고 있다. 20년 넘게 운영하면서 단골도 많아졌다. 하지만 강씨의 가게는 요즘 파리만 날리고 있다. 촛불집회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다. 집회 전만 해도 하루 매출이 50만원이 넘었지만 요새는 20만원을 채우기도 빠듯하다.

강씨는 “집회가 시작되는 오후에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재료값도 대폭 올랐는데 집회가 장기간 계속되면 가게를 꾸려 가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서울 광화문과 시청 인근 상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집회가 시작되면 인근 도로가 통제되고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경찰이 시위대의 진입을 막기 위해 경찰버스나 컨테이너로 차단벽을 설치한 곳의 상가는 타격이 크다. 세종로네거리와 광화문 사이의 상가에는 오가는 사람들로 붐벼야 할 시간에도 경찰들만 서성인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상인들은 한 달 넘게 민심을 수습하고 있지 못하는 정부와 집회를 계속하는 시위대 모두를 원망하고 있다.

경복궁역 인근에서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원일(31)씨는 “평소 저녁 시간대 30~40명 정도이던 손님이 1~2명으로 줄었다”며 “정부와 집회 참가자 모두가 조금씩 양보해 하루빨리 집회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 일대 대형 호텔도 피해를 보고 있다. 서울시청 앞 광장 맞은편에 있는 P호텔은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이 호텔 관계자는 “호텔 진입로가 통제되면 차량을 이용해 레스토랑에 오려던 고객들의 예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다. 외국 투숙객들도 소음이 심하다며 불만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 호텔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업종에 따라서는 ‘촛불집회 특수’를 누리는 곳도 있다. 인근 편의점과 포장마차는 한마디로 ‘대박’이 났다. 집회 참가자들이 음료수를 사거나 간단한 끼니를 때우기 위해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이다. 일부 편의점은 음료수를 매장 밖에 박스째 쌓아놓고 팔고 있다. 길게 늘어선 줄을 관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곳도 생겨났다.

청와대 인근의 교통을 통제하면서 주민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경복궁역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효자동·창성동·청운동·부암동·구기동 주민들은 경복궁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이용하지 못한 채 집까지 최대 1시간가량을 걸어다니고 있다.

이들 동네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서쪽에 있는 편도 2차로 홍제역~세검정길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인근 도로 봉쇄로 모든 차량이 이곳으로 몰리면서 대규모 집회가 있는 날이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 평소엔 5분이면 통과할 수 있던 길이었다.

장주영·김민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