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酒類업계 中東시장눈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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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계에 이른 주류시장.마케팅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맥주회사들은 울상이다.
그러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시장이 새로 등장하고 있어 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바로 중동이다.
물론 주류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알콜성 맥주라면 사정이 다르다.
특히 아랍권의 「신세대」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곳은 사우디아라비아.
업계는 사우디가 지난 3년간 두자릿수의 비알콜성 음료 매출성장을 지속해와 올해는 그 규모가 25만배럴(약 3만㎘)에 이를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1억8,700만배럴에 비하면 하찮은 수치이지만 유럽및 미국시장이 포화에 이른 요즘 무시 못할 규모다.지난 2년간 두지역에서의 판매량은 각각 10~13%정도 줄었다.
하이네켄.밀러.스트로 등 세계적 주류회사들에 이어 버 드와이저로 유명한 미국의 안호이저-부시도 진출을 서두르는 것은 그런까닭에서다.
그러나 엄격한 종교적 계율이 있는 사우디에서의 마케팅이란 전문가들에게도 하나의 악몽이다.
『중요한 것은 맥주와 다를 바 없는 물건을 어떻게 맥주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느냐다.』스트로의 국제담당 조반 조바노프스키의 말이다.『정말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사우디에서는 종교적인 모임이나 가족끼리가 아니면 4명 이상 모일 수 없다.
이 나라에는 선거인명부나 인명전화번호부가 없으므로 통계조사도불가능하다.
길가는 사람에게 질문하거나 남의 집 문을 두드리는 것도 모두불법이다.상대가 여자라면 물론 눈길도 줘서는 안된다.
『분명 우리 제품의 주고객은 여성인 것 같다.하지만 발끝까지차도르로 몸을 가리고 운전도 할 수 없으며,거리에서 남들에게 말도 할 수 없는 게 이곳의 여성들이니 도저히 확인할 길이 없다.』레몬향이 첨가된 바비컨 상표로 인기를 끌고 있 는 배스의판매담당 휴 윌리엄스의 말이다.
문제는 또 있다.보통 알콜함유율 0.5%까지는 비알콜음료로 치지만 사우디에서는 글자 그대로 무알콜을 요구한다.
이런 까다로운 요구에 맞춰 가면서 맥주회사들은 새로운 시장에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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