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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노믹스 성공은‘국민과 소통’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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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한 1981년 미국 경제는 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에 의해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심각한 상태였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상황도 81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교역 상대국의 수요감소와 국내 소비감소로 경기침체가 완연해 지고있다. 올 1분기 실질국민소득(GNI) 증가율은 전기 대비 1.2%나 감소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지난 달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9%나 상승,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레이건은 집권 후 경제의 어려움을 국민 앞에 솔직히 고백하고 협조를 구하면서 불황 타개책으로 ‘레이거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 시행에 들어갔다. 노동 공급, 생산 등 공급 측면의 자극과 스태그플레이션 극복을 위한 세율인하, 규제완화, 정부지출 삭감, 긴축통화 정책이 그 주요 내용이다. 레이건 집권 8년 동안 미국 경제는 꾸준히 성장했으며 20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실업률은 7%에서 5.3%로 하락했고 연간 인플레율은 10.4%에서 4.2%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100일 동안 ‘MB노믹스’는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을 보여 왔다. 경제성장을 노리는 고환율 정책으로 물가를 폭등시키는 실책을 범했다. 감세정책과 추가경정예산을 꾸준히 추진했지만 국회와 국민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10%대 후반으로 추락했고 쇠고기 관련 촛불집회가 정권퇴진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초래됐는가. 주된 이유는 ‘국민과의 소통(疏通) 부족’이다.

레이건의 경제정책이 성공한 요인은 국민과의 소통에 있다. 집권 초기 레이건은 각종 정책 추진에 있어 국민과 의회의 동의를 얻어내는 등 정치와 사회가 안정된 가운데 일관성 있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 강부자’이미지 내각과 비서진으로 국민의 마음을 떠나보냈고,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포함한 각종 정책에서 국민과 소통하는 데 실패하면서 민심이반을 초래했다.

단적인 예로 감세정책을 보자. 우리나라의 경우 내수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율인하는 소비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 바람직한 정책수단이다. 그런데도 감세를 도입하기 위한 여건은 성숙되지 않은 상황이다. 감세정책이 왜 필요한지,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어떤 기여를 하며, 누구에게 그 혜택이 돌아기는지를 비롯한 감세에 대한 정부의 당위성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대기업과 부자를 위한 것이라는 국민의 인식을 불식시키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

민간기업의 CEO와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민간기업은 구성원이 추구하는 목표가 같고 일사불란한 조직이기 때문에 밀어붙이면 된다. 하지만 국가라는 조직은 다양한 생각과 이해관계를 가진 국민이 있기 때문에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않고 밀어붙이면 저항에 부닥친다. 정부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국민과 소통’해야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지론(持論)인 국민을 섬기는 길이다.

박상근 명지전문대 겸임교수·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