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과학자는 연구결과에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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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과학자는 그가 연구한 결과에 대해 사회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는가」. 얼마전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 폐기물이 누출되었다고 해서 문제가 되었다.또 세계적으로는 프랑스가 남태평양 섬에서 몇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해 환경운동단체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이런 일이 벌어지면 과학자들 자신이 연구한 과학적 성과에 대해 과연 책임을 져야하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하곤 한다.
이 논제는 특히 자연계열에 출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자연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활동에 대한 지성적 반성이 필요하며,이 논제는 그 반성에 매우 적합하기 때문이다.
과학적 연구결과의 사회적 책임문제는 과학이 과연 이데올로기나가치로부터 「객관적」이며 「가치중립적」인가의 여부에 모아진다.
과학이 이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때 과학자는 연구결과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며,과학이 객관적이고 가치 중립적일 때 과학자는 과학의 사회적 결과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선 과학이 사회적 결과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과학이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이라는 점을 전제한다.이로부터 핵과 같은 과학적 결과도 순수한 과학적 동기에서 시작된 것이기때문에 도덕적 혹은 사회적 가치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주장한다.과학적 연구와 그것의 이용은 별개의 문제로 파악하는 것이다.따라서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결과에 대한 책임도 과학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있다는점을 강조한다.
반면 과학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할 경우에는 우선 과학이 객관적인 것이 아님을 전제한다.객관적이란 말은 「보편타당성」을의미하는데,과학을 통해 얻은 지식은 세계에 대한 매우 제한된 지식일 뿐임을 주장하는 것이다.과학적 지식의 발 전을 예로 들면서 과학이란 따지고 보면 세계를 보는 여러 시각중 하나의 시각임을 밝힘으로써 과학이 매우 제한적인 지식임을 설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이 가치중립적이지 않음을 지적하는 것이다.오펜하이머가 핵기술을 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특정의 기술 개발이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가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에 덧붙여 순수한 가치중립을 옹호하는 것은 과학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과학의 가치중립」에 비판을 가하는 것도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논변을 강화시켜줄 수 있다.
최근 과학적 연구의 사회적 결과를 예측하고 과학활동의 바람직한 방향을 평가.비판하는 과학자들의 집단적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다음 회의 논제는 「인간의 소외는 객관적 상황인가,주관적 심리인가」입니다.〉 김창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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