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는문화계>방송과 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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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방송에서 윤리문제가 개입되는 범위는 퍽 광범위하다.각 방송종사자들로부터 프로그램.광고 등에 이르기까지 윤리의 문제는 방송전반을 평가하는 척도중의 한 부분이다.
방송을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한다면 방송의 존립기반은 바로윤리라 할 수 있다.최근들어 「시청자 주권」이 강화됨에 따라 방송윤리는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는 추세다.
방송사(放送史) 70년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올해는 방송윤리에 관한한 분명 불명예스런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새해 벽두에 터져나온 「연예계 금품수수 비리사건」은 우리 방송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일대사건이었다.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과 이를 악용해 금품을 챙긴 프로듀서(PD)들의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사실로 확인돼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더 나아가 PD와 유명탤런트 사이에 성(性)을 매개로 한 「은밀한 거래」가 있었다는 보도는 우리사회에 만연된 「도덕불감증」의 수치를 가늠케 하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뒤늦게 한국프로듀서연합회 차원의 자율정화운동이 일어 수습국면을 맞기는 했지만 국민들이 방송전반에 던진 불신감과 배신감은 상당한 것이다.이 사건을 계기로 프로그램의 외주문제와 필요성이본격 거론된 것은 그나마 소득이랄 수 있다.
방송 프로그램의 윤리문제도 올해의 핫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드라마의 폭력성 시비를 불러 일으킨 작품은 SBS의 『모래시계』였다.직장인들의 「귀가시계」를 돌려놓을 정도로 엄청난 반응을 일으킨 이 작품은 방송 드라마의 명암을 극명히 드러냈다.『일정한 수위의 폭력은 멜로드라마의 필요악』이라는 제작자들의 주장과 『폭력의 지나친 상품화』라는 시청자들의 항변이 맞서 열띤폭력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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