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생각합니다>주유소에서 준 사은품 받고보니 불량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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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자영업을 하는 내게 있어서 자가용은 그야말로 생활의 필수품이다. 그러다 보니 1주일에 두세번씩은 주유소를 찾게되고 그때마다 영수금액에 상당하는 경품권을 받아온다.
기름값만 해도 적잖은 돈이 나가기 때문에 한푼이라도 절약하고싶은 주부인 나로서는 현금이상으로 소중히 여기며 잘 간직(?)해 둔다.그러다가 가끔 모아두었던 경품권을 생필품과 바꿔오기 시작했다.
이윤을 조금 덜 남기더라도 고객을 중요시하려고 하는 주유소 운영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느꼈는데 그 물건들을 사용하면서부터내게 그 감사의 마음이 점점 사라져가는 일들이 생기게 되었다.
1만원권 경품권 8장과 교환해 온 워셔액으로 유리를 닦고 나면 마른후 더 뿌옇게 되었고 먼지나 이물질이 더 잘 붙어 물걸레로도 쉽게 닦이지 않았다.
경품권 10장을 주고 받아온 보조벨트는 장착한지 엿새만에 부러져 버렸다.불량제품도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얼마후 28장의 경품권으로 받아온 공기정화기는 차안의 먼지만 뽀얗게 뒤집어 쓴채며칠전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신세가 되었다.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위해 빛깔만 좋은 요란한 경품경쟁을벌이기보다 비록 작은 것이라도 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흐뭇한 것이라면 그것이 바로 단골만드는 비결이 아니겠는가.
김현숙〈경남울산시동구방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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