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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한국의 문화유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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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양미술」이라 하면 보통 한국.중국.일본의 미술을 아울러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이들 3국의 미술은 그 뿌리를 함께 하고있으면서도 권위와 특색은 사뭇 다르다.그 차이를 한두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작고한 미술사학자 최순우(崔淳 雨)박사의 비교가 흥미롭다.
중국미술은 「기름지고 값진 표현,다양하고 폭넓은 변화,권위와큰 것을 숭상하는 내재적인 자존심과 끈기 등이 특징」인 반면 일본미술은 「다채롭고 신경질적이며,근시안적인 잔재주와 작위적인의식이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는 것이다.이들 두 나라에 비해유연함과 자연스러움을 한국미술의 특징으로 꼽는 崔박사는 그 구체적 모습을 「마치 조촐한 샘터에서 소리없이 솟아나오는 맑고 담담한 샘물」 혹은 「네 활개를 뻗고 동산에 누워 먼 하늘을 바라보는 사나이」같다고 표현했다 .
이같은 차이가 있지만 각기 제 나름의 특성과 권위를 가지고 있으니만큼 세 나라의 미술을 한자리에 놓고 우열을 가리는 것은부질없는 짓이라는 얘기다.특히 제 나라 문화유산에 대해 덮어놓고 찬양하거나 보잘것없다는 자학적인 생각은 똑같 이 금물이라는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 가치가 뛰어나다 해도 남들이 그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좁은 테두리 속에서 한 민족의 문화유산으로밖에 남지 못한다.유네스코가 72년 총회에서 「세계 문화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을 채택한 것은 세계 곳곳의 현저하고도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을 자연적.인위적 파괴와손상으로부터 보호하자는데 뜻이 있다.「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세계의 문화재로 공인받는 것을 의미하며,유네스코로부터 보존에 필요한 기술.재정적 지원도 받게 된 다.
중국은 85년에 가입해 만리장성 등 14건이 지정됐고,92년에 가입한 일본도 호류지(法隆寺)불교유적 등 5건이 지정돼 있는데 88년에 가입한 한국은 7년이 지난 지금에야 불국사와 석굴암,해인사와 대장경판 및 판고,종묘등 3건이 지 정됐다.물론지정 시기가 늦었다는 것이 3국 문화유산의 가치 척도를 가늠하는 것은 아니다.어떻게 보면 이 시대를 사는 한국인들의 문화의식 수준이 낮은 탓은 아닌지 씁쓸한 뒷맛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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