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라운지] 지구온난화가 인천공항 활주로 4㎞로 늘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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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개통을 앞둔 인천공항 제3활주로는 길이가 4000m다. 인천공항 제1, 2 활주로가 3750m이므로 250m가 길어진 것이다. 인천공항의 기존 활주로도 규모 면에선 세계적 수준이다. 그런데도 인천공항이 더 긴 활주로를 만든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개발될 초대형 항공기를 감안했다고 한다. 현재 가장 큰 여객기는 이코노미석으로만 채우면 800명 이상 태울 수 있다는 에어버스사의 A-380. 보잉사도 최대 1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B747X-S, B747-500X 기종을 개발 중이다. 항공기의 몸집이 점점 커지고 있어 활주로 길이도 늘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A-380의 이륙 활주거리는 2850m로 덩치가 작은 B747-400(3200~3300m)보다도 짧다. 승객과 연료, 화물을 최대로 싣고 이륙할 때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착륙 시 활주거리도 A-380이 짧다. 이착륙 때 활주거리를 줄일 수 있는 동체 설계와 장비를 갖췄기 때문이다. 미래의 초대형 항공기도 종류에 따라서는 오히려 활주거리가 짧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활주로를 길게 만드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구온난화다.

비행기가 추진력을 얻는 원리는 기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통상 여객기 엔진은 많은 양의 공기를 빨아들인 뒤 이를 여러 번의 압축 과정을 거쳐 고압의 압축공기로 만든다. 여기에 연료를 분사해 혼합한 뒤 폭발시켜 엔진을 돌리는 힘을 얻게 된다.

기온이 높아지면 활주로 부근의 공기밀도가 떨어져 비행기가 빨아들이는 공기량과 압축량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이륙을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더 오래, 더 멀리 달려야만 하는 것이다. 여름에 비행기의 활주거리가 길어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인천공항은 제3 활주로를 설계하면서 2040년께 평균 기온이 4도가량 올라가는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것이다.

세계 주요 공항 중 활주로가 가장 긴 곳은 4853m의 미국의 덴버공항이다. 프랑스 파리의 드골공항과 미국 뉴욕의 JFK 공항도 4000m가 넘는다. 아시아권에서는 말레이시아 세팡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이 4000m 안팎으로 가장 길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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