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61> 이머징 국가가 살 길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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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36면

A.요즘 멕시코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멕시코가 글로벌 경쟁을 헤쳐나갈 묘책은 무엇일까요?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알려주세요.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아돌포 나바로)

“국내 경쟁부터 똑부러지게”

Q.멕시코에 대해 물었는데 터키에서 브라질까지 이머징 국가들의 경쟁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시장에 진출해 성공하려는 나라는 우선 잘 교육받은 노동력과 적절한 천연자원, 올바른 무역정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국내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입니다. 글로벌 시장의 살인적인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먼저 자국 시장에서 성공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올림픽에서 우승한 선수들이 자국 내 예선을 치열한 경쟁 끝에 뚫고 올라온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멕시코 정부가 1994년 경제개혁을 추진했는데 바로 국내 리그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였습니다. 한 기업이 특정 업종을 독점적으로 지배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금 멕시코 경제는 여전히 거대 기업 몇몇이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모험정신으로 충만한 벤처 사업가가 야망을 실현하기 힘든 여건입니다. 그들의 장점인 속도·혁신·수완을 발휘하기엔 장벽이 너무 높습니다. 예외는 있습니다. 시멘트 제조업체인 세멕스와 식음료 회사인 그루포 빔보는 멕시코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생존한 덕분에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멕시코의 경쟁은 제한적입니다. 그 대가는 세계 시장에서 멕시코 기업의 패배입니다. 멕시코와는 달리 일본과 한국은 자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경제 구조를 개혁했습니다. 일본은 1970년대 자이바쓰(재벌)를 개혁해 글로벌 시장에서 맞수와 대적하기 전에 국내 시장에서 단련시켰습니다. 그 결과 글로벌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 시장에서 일제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도 비슷한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덕분에 삼성과 현대 등 재벌은 놀라운 효율성과 생산성으로 무장했습니다. 순식간에 글로벌 시장에서 ‘무서운 아이’로 떠올랐습니다.

중국에서도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이 분출하고 있습니다. 미국 GE가 1990년대 상하이의 전구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그때 글로벌 경쟁자는 지멘스와 필립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중국 기업인들이 동유럽 전구 회사를 대거 사들이며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제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거침없이 공략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 같은 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라도 정부가 국내 시장의 경쟁을 적극 유도해야 합니다. 경쟁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합니다. 인도 정부가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략입니다. 이 나라는 1990년대 경제 자유화를 단행했습니다. 2000년 이후에는 몇몇 재벌 가문이 지배하는 시장에 진입장벽을 허물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정보기술(IT)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시장에서 에어텔 같은 신생 기업이 기존 주류인 타타와 릴라이언스를 상대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 자유화 덕분에 세 회사의 수익성과 효율성이 나란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 자유화는 이머징 국가에만 이로운 게 아닙니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도체와 생명공학 분야의 기업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는 바람에 나날이 새로운 실험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이미 성숙해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업종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딱 떨어지는 예가 바로 경제전문 채널인 CNBC입니다. 이 분야는 몇 년 동안 경쟁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이 비즈니스 뉴스 분야에 뛰어들어 시장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꿔놓았습니다. 기존 매체인 CNBC는 신개념의 웹사이트를 선보이는 등 생존을 위해 부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일상 생활에서 경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경쟁이 삶을 팍팍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쟁은 사람들을 긴장시켜 뛰어난 결과를 가져오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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