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등 중국 법률 문제점 드러낸 쓰촨성 대지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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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22면

올해 중국은 역사상 최대의 축제와 재난을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축제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이고, 재난은 쓰촨(四川)성 대지진이다. 이번 대지진은 엄청난 피해를 냈으며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에 대비해 관련 법률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계기가 됐다.

첫째, 지진 고아를 입양하는 문제다. 8만 여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하면서 집과 부모를 잃은 고아가 속출했고 이들을 입양하겠다는 신청이 쇄도했다. 그러나 당분간 입양할 수 없다. 많은 경우 이들 고아의 부모가 실종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양(收養)법에 따르면 부모가 사망자로 확인되고, 고아에 대한 부양 의무가 있는 친족 등의 동의를 받은 뒤에야 입양 절차가 시작된다. 매몰되어 시체조차 찾지 못한 사람을 사망자로 확인하려면 민법에 따라 사망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진 같은 천재지변의 경우 사고 발생 후 2년이 되어야 사망으로 선고한다.

입양 조건과 절차도 까다로워 14세 미만의 고아만 입양 대상이 된다. 입양인은 자녀가 없어야 하고, 입양아 부양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 자녀 입양에 방해가 되는 질병이 없어야 하고, 만 30세를 넘겨야 한다. 배우자 없는 남자가 여자 아이를 입양하려면 나이 차가 40세는 넘어야 한다. 입양인이 확정된 뒤 공시를 한 다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을 때 등기를 통해 입양관계가 확정된다. 이런 법적 절차에 1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입양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민정(民政)부서가 고아를 보호한다.

둘째, 사망자의 유산이 누구에게 상속되느냐 하는 문제다. 지진으로 숨진 사람의 유언이 없으면 법정 상속 순위에 따라 유산을 상속한다. 중국의 상속(繼承)법에 따르면 상속 1순위자는 배우자·자녀·부모이며, 제2순위자는 형제자매·조부모·외조부모다. 만약 이들 법정 상속인이 모두 사망하면 유산은 국가에 귀속된다. 그러나 이번처럼 대재난으로 많은 가족이 한꺼번에 사망할 경우 많은 사유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는 법정 상속인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상속법상 구두(口頭) 유언의 경우 두 명 이상의 증인이 현장에 입회해야 효력이 인정된다. 이번 지진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는 사망 전 구두 유언을 남기더라도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런 경우 예외로 효력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셋째, 사상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번 지진 발생 시각은 오후 2시28분이며 대부분의 사상자가 직장 안에 있었다. 중국의 산재(工傷)보험조례에 따르면 근무시간 내 근무장소에서 뜻밖의 상해를 당할 경우 산재로 인정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사망자의 유족은 산재보험에 의해 4개월 급여에 해당하는 장례비, 8개월 급여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 부상자는 의료비 지원과 경제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들 외에 지진 구조에 참여한 군인과 의료진·자원봉사자가 구조 활동 중 부상 또는 사망할 경우도 산재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넷째, 지진으로 훼손된 아파트의 분양대금에 대한 은행 대출 상환 문제다. 은행에서 아파트 분양대금을 대출받을 때 아파트에 저당권을 설정했다가, 천재지변으로 채무자가 죽거나 아파트가 무너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대부분 재산보험계약의 경우 지진은 보험회사의 배상 면책 범위에 속한다. 채무자가 보험회사로부터 배상받을 수 없다.

채무자와 은행 간의 대여관계는 저당물이 소멸했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변제 의무를 그대로 이행해야 하는 것이 법리에 맞지만 형평성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이에 따라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5월 하순 긴급 통지를 공포했다. 채무자가 지진으로 심각한 손실을 입고 보험으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보상을 받아도 변제하지 못하는 채무에 대해서는 원리금의 일부나 전부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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