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주례보고 YS 김윤환 대표와 무슨 말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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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자당 김윤환(金潤煥)대표가 당분간 당에 남기로 했다.金대표는 5일 오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주례 당무보고를 한뒤 당에 돌아와 잔류방침을 밝혔다.허주(虛舟.金대표의 아호)의 사퇴국면은 이로써 일단 진정됐다.
金대표가 회동 후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全씨 구속이후 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며 말문을 열었다.『(全씨가 구속됐는데도) 5,6공을 대표하는 사람이 당 대표에 앉아 있느냐는 말도 있다』며 자신을 흔들어대는 존재를 지적했다.
『툭하면 체제개편이다,뭐다 하며 무슨 말이 있을 때마다 (사퇴) 얘기가 나와 나도 더이상 있는게 대통령을 돕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며 사의를 밝혔다.
金대통령은 이 말을 듣고 적극 만류했다.『우리가 문민정부를 어떻게 만들었는가.金대표 중심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총선때까지 대표직을 계속 맡아주도록 요청했다.『절대로 5,6공 단절이 아니다.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청와대 안이나 정부에도,당에도 7역(役)이 거의 모두 5,6공에 참여한 사람 아니냐』며 설득했다.
허주가 사퇴의사를 번의하기까지는 또 하나 절차가 있었다.손학규(孫鶴圭)대변인은 『대표께서 당사에 돌아와 회동 결과를 설명하자 모든 당직자들이 「당이 어려울 때 당과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며 사의를 즉시 철회하도록 간곡히 요청했다』 고 전했다.
청와대의 발표는 감(感)이 약간 다르다.金대통령이 金대표에게『소의(小義)와 소연(小緣)에 얽매이지 말라』고 한 대목은 金대표의 사퇴의사를 보는 金대통령의 내심을 짐작케한다.
종합하면 金대표는 全씨 구속에 맞춰 金대통령에게 자신의 재신임을 물었고 일단 그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金대통령으로서는 全씨 구속에 대해 대구.경북의 일반 여론이 떨떠름한 상황에서 제2의 충격적인 조치를 내리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5일 회동으로 대표직만큼은 확실히 방어했지만 그 밖의 수확물은 많지 않아 보인다.5,6공 참여인사,대구.경북 현역의원 등민정계의 총선 공천문제에 대해 만족할만한 합의가 있었는지가 불분명하다.金대표는 『金대통령이 나의 건의 내용을 거의 수용했다』고 밝혔지만 현실화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어쨌든 민자당 입장에서 보면 신한국당으로 개칭(改稱)하는 첫날부터 당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게 됐다.
그러나 재연의 가능성이 높은 임시봉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金대표의 이날 행동은 탈당 등을 염두에 둔 명분축적용 일 가능성도있다.연말 또는 연초에는 그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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