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꿈'을 주려 만든 일본 경제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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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달 29일 오후4시30분 도쿄 프레스센터 외신 브리핑실.
일본 경제기획청 가네코 다카후미(金子 孝文)심의관이 「구조개혁을 위한 5개년 경제사회계획」배경설명을 마쳤다.
『2000년까지 쓰레기 재활용 비율을 1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등 비현실적인 목표가 너무 많은게 아니냐』는등 꼬리를 무는질문에 가네코 심의관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마지막 질문이 따끔했다.
『92년 미야자와(宮澤)내각이 발표한 생활대국 5개년 계획과다른게 별로 없다.목표연도(96년)가 되기도 전에 선거 슬로건냄새가 풍기는 5개년 경제사회개혁을 내놓는 이유가 무엇인가.』가네코 심의관은 『사실 이번만큼(계획을 만들기가)어려웠던 때가없었다』며 말문을 텄다.
3년 연속 제로성장에다 초(超)빙하기로 비유되고 있는 일본의어려운 고용사정,그렇다고 미래를 이끌어갈 선도산업이 보이지도 않고….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 사이에 일본경제가 과연 건강한가하는 근본적인 회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고령화.소자(少子)화 경향으로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도 높아졌다.한마디로일본국민들이 꿈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후 경제부흥(48년),자립경제의 달성(50년),국민소득 배증(60년),일본 열도개조론(72년),세계와 함께 살아가는 일본(88년)등 꿈을 가졌을 때의 일본은 승승장구였다.
가네코 심의관은 국민들에게 「꿈을 다시 찾아주기 위해」이번 계획을 만들었다고 했다.벌써 화석화된 것으로 여겼던 「경제계획」을 선진국중 선진국인 일본이 다시 꺼내든 것도 그만큼 국민들의 「꿈」이 소중했기 때문이다.
교도소에 들어앉은 전직 대통령,검찰청사에 소환되는 30대그룹총수들….한국의 꿈은 무엇인가.이른바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들의꿈을 북돋우기보다 그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국민의 감정만 자극하는 것이 아닌지,전죄를 단죄하되 미래의 꿈까지 깨부수자는 것은아닌지,급박한 흐름속에 한발 뒤로 물러서 생각해볼 일이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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