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세상보기>연희동 塞翁의 得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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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또다시 고생하게 될지도 모를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운명이마치 중국고사에 나오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얘기와 비슷하다고 정치평론가 A씨는 말한다.
새옹지마는 중국 변방에 사는 노인의 말이 달아난데서 시작된다.이 말이 다른 말을 데리고 나타난 것까지는 좋았으나 노인의 아들이 그말에서 낙마해 불구가 됐다.그러나 그 덕택에 후일 전쟁에 안나가게 돼 결국 전화위복이 됐다는 얘기다.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은 알수 없다는 이 얘기가 어떻게 全씨의 경우와 비슷한지를 A씨의 조언에 따라 재구성해본다.단 全씨의 인생관이 새옹처럼 달관(達觀)의 경지에 도달해야 얘기가성립된다고 A씨는 강조한다.
1.말이 달아났다 그를 비롯한 하나회 장교들은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을 태양이란 암호로 불렀다.하나회란 이름도 「태양을 위하고 조국을 위하는 하나같은 마음」이란 뜻에서 지었다.
그가 별을 달자 朴대통령은 「일심(一心)」이란 휘호가 새겨진지휘봉과 함께 크라운 6기통 승용차와 금일봉을 주었다.그는 의기양양했다.『나는 대한민국에서 朴대통령 말고는 무서운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김진 著 『청와대 비서실1』48 쪽).朴대통령이 김재규(金載圭)의 총에 쓰러지자 사람들은 큰 배경이 사라져어떡하느냐고 그를 위로했다.그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고 말했다. 2.말이 돌아왔다 朴대통령 유고 당시 보안사령관으로 있던 그는 시해(弑害)사건을 조사하는 합동수사본부장이 됐다.18년 독재가 사라진 힘의 공백상태에서 대통령 시해사건을 조사하는 합수부는 가장 강력한 권력기관이 됐다.그 자리는 그에게 국권 찬탈의 기 회를 제공했다.그는 12.12 반란을 일으켜 군을 장악했고 5.17 내란을 일으켜 정치권력을 거머쥐었다.드디어는 유신독재 수법을 본받아 체육관의 통대(統代)선거로 이나라의 최고 통수권자가 됐다.「태양」이 비명(非命)에 가지 않았던들 감히 꿈이나 꿀 수 있는 자린가.사람들이 축하한다고 말하자그래도 그는 두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3.아들이 낙마했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던 그도 마침내 국민의 저항에 부닥쳐 5공청산의 대상이 됐다.그는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한다고 말하고 산사로 은둔했다.평생의 친구이자 후임 대통령이 된 사람도 그를 돕지 않았다.천막과 비닐로 덮은 은둔처에서 그는 『노태우(盧泰愚)가 나에게 이럴 수 있나』『몇놈은 꼭 손을 봐야겠다』고 별렀다.그러나 사람들이 찾아가 위로할 때면 이 일이 또 복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4.전쟁에 나가지 않았다 노태우 부정축재 사건이 터졌을때 그는 연루(連累)를 모면했다.백담사(百潭寺)의 모진 겨울속에서 죄과를 이미 치렀기에 이 전대미문의 추문에서 비켜날 수있지 않았겠는가.사람들이 다행이라고 말하자 그래도 그는 두고 보자고 답했다.
5.장래는 알 수 없다 새옹지마는 4막에서 끝나는데 연희동 새옹의 득실은 5막이 있다.청천벽력처럼 등장한 5.18 특별법논의가 바로 그것.그를 기다리고 있는 업보는 반란죄일까,내란죄일까.그는 이번에는 뭐라고 말할까.
(수석논설위원)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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