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포츠>초경량 항공기 성화 스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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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스님이 바람났나.전북남원시식정동 초경량항공기학교 스카이파크.
인근 운지사(남원시운봉읍용산리)주지 성화(性和.42)스님이 승복을 벗어 들고 비행복으로 갈아 입는다.
스님은 초경량항공기 MXⅡ에 올라탔다.하얀 날개 아래 몸이 완전히 노출돼 있다.줄을 당겨 시동을 걸자 프로펠러가 힘차게 돈다.왼손으로 스로틀레버(동력추진기)를 살며시 밀면서 활주로를달린다. 비행기 조작장치는 두개다.조종 교사는 이 학교 이형준(45)교장.스님과 나란히 앉은 그는 별 말없이 양손을 놓고 있다.스님이 정조종사인 것이다.스카이파크 1기생으로 입소해 실습비행 다섯번째 시간이다.비행기는 30여를 질주하는가 싶 더니머리가 가뿐히 들린다.
활주로 너머로는 88고속도로.눈쌓인 지리산 연봉이 눈에 잡힐듯 다가선다.자동차의 기어처럼 무릎 옆에 놓인 조종간은 아직 몸에 익숙치 않다.당기면 오르고 밀면 내려간다는 것은 생각 뿐.텅빈 공간에서 아직 몸을 가누기가 쉽지않다.
『눈을 멀리에 두고 미리 미리 조금씩 조금씩.』 교사의 말을가까스로 상기해낸다.
산마루를 향하던 비행기는 얼음판을 미끄러지듯 선회한다.교사가시범을 보인 것.발아래 페달이 기체 자세변환기다.계란이 놓여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깨뜨리지 않을 것처럼 원하는 방향으로 살며시 밟는다.헬멧 아래로 진땀이 밴다.잔뜩 긴장 하고 밟는데 신경을 쓰다보면 기체가 고도를 잃게 되는 수가 있다.조종간을 동시에 조작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론보다 감각운동으로 몸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다.
비행기는 여전히 날고 있다.벌써 대여섯바퀴를 돈 것같다.교사가 활주로를 향해 손짓한다.비행장에 들어서 활주로를 똑바로 내려다보며 스로틀레버를 당겨 동력을 줄인다.활주로 끝에 안착했다.달려오는 동료들을 보며 『나도 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스멀스멀 피어나는 것 같다.
출가한지 25년이 된 그가 다소 엉뚱하게 초경량항공기를 조종해봐야 겠다고 나서게 된 것은 비행기 조종이 머지않아 일반화되리라는 생각 때문.비행기로 주민들에게 농약도 쳐주고 서울도 금방 다녀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는 생각에 서다.자신의절에서 승용차로 20분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 활주로를 갖춘 비행학교가 들어서자 좋은 기회라 판단했다.
***멀지않아 서울까지 사실 그는 일반인들보다 빠르게 컴퓨터도 익혔다.지금은 컴퓨터로 신도를 관리하는 절이 많아 컴퓨터를상용하는 자신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컴퓨터 통신으로 바둑도 두고있다.그는 절에 틀어박혀 있는 것만이 수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거처하는 곳이 바로 절이고 수행처라는 게 평소 생각이다.
그는 지금 한창 스포츠비행에 빠져 있지만 그래도 가장 행복한순간은 바람소리.물소리.풍경소리가 나는 절에 묻혀 경을 읽고 참선하는 시간이다.스카이파크 0671-626-9888.
비행학교 모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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