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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고의성 에러 vs 서둘러 헛방 … 희한한 빗속 야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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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회 말 만루홈런을 때린 KIA 장성호.

승부는 일찌감치 갈렸다. 하지만 또 다른 승부가 남아 있었다. 4일 광주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KIA는 1회 말 이용규와 이종범의 연속 볼넷으로 얻은 무사 1, 2루에서 장성호의 좌전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진 2사 1, 2루 찬스에서 김원섭의 좌전 적시타로 또 한 점을 추가했다.

쐐기 점수는 2회 말에 나왔다. 2사 만루, 타석에 들어선 장성호는 상대 선발 정민철의 142㎞짜리 높은 직구를 때려 펜스를 넘겼다. 장성호의 개인 통산 여섯 번째이자 올 시즌에 나온 11번째 만루포로 스코어는 6-0으로 벌어졌다. 중심 타자 클락과 이범호가 부상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한화로서는 사실상 KO됐다.

승부는 끝났다. 그러나 또 다른 승부가 펼쳐졌다. 이후 광주 하늘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렸다. 5회를 넘기기 전에 폭우가 쏟아진다면 이날 경기는 ‘무효’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지고 있는 한화는 시간을 벌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화 야수들은 잡을 수 있는 공을 일부러 놓치는 듯했다. 4회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에 높이 뜬 이종범의 타구는 안타가 됐고, 투수 앞 땅볼을 친 장성호는 상대 실책으로 출루했다.

반면 KIA 타자들은 최대한 빨리 5회를 넘기기 위해 아웃카운트를 소모하느라 바빴다. 3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한화 사이드암 마정길의 공이 스크라이트 존을 외면해도 KIA 타자들은 헛방망이질을 했다. 이 덕에 마정길은 3과 3분의 2이닝 동안 6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2002년 입단 후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을 기록했다.

하늘은 홈팀인 KIA의 편이었다. 3회부터 비가 계속 내렸지만 경기를 취소할 정도의 양은 아니었다. 결국 5회 말을 넘어섰다. 이후 경기는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았다.

7회 말 KIA 공격 도중 빗줄기가 굵어졌고, 번개도 잦아졌다. 결국 강우콜드 게임으로 KIA의 6-1 승리.

6이닝 6피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친 KIA 선발 이대진은 시즌 2승(6패)째를 챙기며 한화전 3연패의 고리도 끊어냈다. 이대진은 2000년 6월 13일 광주 경기 이후 8년 만에 한화전 승리를 얻었다.

한편 잠실(LG-삼성)과 문학(SK-우리), 부산(롯데-두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다.

광주=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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