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컵 바둑 결승진출 이영신초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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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세계 16강이 격돌한 제2기 보해컵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의외의 스타가 탄생했다.그 이름은 이영신(李英信).올해 현대여고를졸업한 18세의 처녀이고 프로초단이다.
그녀는 18일 한국기원에서 보해컵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거의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하지만 22일의 준결승전에서 예상을 뒤엎고 일본의 강호 오카다 유미코(岡田結美子)3단을 꺾으며 결승전까지 진출,이 대회 최고의 히로인이 됐다.
결승전의 상대는 중국의 펑윈(豊雲)8단.오는 12월18,20,22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3번기로 치러진다.국내여성바둑계에선윤영선(17)초단이 자타가 인정하는 최강자였다.
세계무대에선 이창호를 격파한 적이 있는 중국의 마녀 루이나이웨이(芮乃偉.31)9단의 높은 벽이 버티고 있었다.
예상대로 6명이 출전한 한국은 1회전에서 거의 전멸했다.중국의 천후이팡(陳芳)3단을 꺾은 이영신만 살아남았다.2회전에서 전년도 챔피언 芮9단이 일본의 복병 오카다에게 덜미를 잡혀 일본 관계자들을 흥분시켰다.
그러나 한국의 이영신이 계속 기적을 일으켰다.2회전에서 일본의 사카키바라(신原史子)5단을 압도하더니 준결승에서도 파란의 주인공 오카다3단마저 불계로 격침시켜버린 것.이영신초단의 올해국내전적은 27승20패.이중 남자프로와의 성적은 14승16패.
신4인방의 일각으로 꼽히는 이상훈3단도 두번이나 이긴바 있어 이번의 결승진출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기풍은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대책없이 싸움을 좋아하는」전투형.승부기질이 강한게 강점이다.6세때 두뇌개발에 좋다는 어머니의 충고에 따라 바둑을 배웠다.프로를 꿈꾸면서 전영선7단에게 배웠고 백성호8단.김희중8단에게도 배웠다.사법서사 인 이대수(49)씨의 외딸로 예전엔 이상은등 가수들도 좋아했지만 요즘은 오직 승부에 흠뻑 빠져있다는 강인한 처녀승부사다.보해컵의 우승상금은 3만달러.이영신은 결승전에서 싸울 중국의 펑윈8단이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자로 벅찬 상대지만 『꼭 이겨 우승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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