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폭풍의 언덕’ 선뵈는 오세훈 시장 부인 송현옥씨, 딸 오주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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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딸이니까 통하는 게 많아서 작품에 도움이 되고, 부려먹기도 좋잖아요.(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다 그렇게 배우는 거야.”

“엄마니까 ‘힘들지, 괜찮아’라고 해줄 줄 알았는데, 그런 말은 한 마디도 안 해요. 다른 배우들이랑 똑같이 무서운 연출님이에요.”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인인 송현옥(47·사진·左) 세종대 교수가 연출한 연극 ‘폭풍의 언덕’이 5일부터 성남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올 2월 이화여대 무용학과를 졸업한 딸 오주원(23·右)씨는 여주인공 캐서린의 유령 역할 및 안무가로 참여한다.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모녀를 만났다.

“연극에서도 신체 언어가 대사 언어만큼 중요해요. 배우들이 무용수들의 움직임이나 리듬감을 익힌다면 훨씬 아름다운 연극이 완성되겠죠. 그래서 주원이가 배우들의 몸 훈련을 돕고, 연극의 안무도 맡게 된 거예요.”

연극과 무용의 접점을 찾아온 송 교수는 “가족이니까 제 뜻을 가장 잘 이해해 줄 것 같았다”며 딸에게 자신의 극단 ‘물결’에 들어올 것을 권했다. 주원씨도 “엄마가 계속 같이 하자고 꼬드겼어요”라고 웃으며 말하지만 처음 하는 연극에 욕심이 나는 모양이다.

사실 “어려서부터 엄마 연극을 많이 봐서 낯설지는 않다”는 주원씨지만 연극은 쉽지 않은 경험이다. 감정을 잡는다고 잡아도 어색했고 처음인 대사 처리도, 표정 연기도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무서운 연출님’도 엄마일 수밖에 없는지 딸이 대견스러운 듯 말을 거든다.

“딸 애가 처음엔 감정을 잘 이어가지 못하더니 방법을 터득했어요. 배우들이 대본에 줄 그어가면서 공부하듯이 무용 대본을 만들었더라고요.”

송 교수가 각색·연출을 맡은 ‘폭풍의 언덕’은 에밀리 브론테의 동명 소설이 바탕이다. 어쩌면 고리타분하게 보일 수 있는 고전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예술의 사명은 시대가 잃어버린 것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랑도 그 중 하나고요. 젊은 친구들은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라고 하잖아요. 너무 가볍고 유희적으로 다뤄지는 것 같아서 제 연극을 통해 본질을 되새겨보고 싶었어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요즘은 복고가 유행이라잖아요. 관객들에게 아련한 기억을 되살려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오세훈 시장은 아내가 연극을 올릴 때마다 늘 첫 공연을 찾고, 관객 입장에서 냉정한 평가를 해준다.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좋아하게 됐나 봐요. 아내가 만드는 연극이니까 다 좋대요.”

가장 든든한 팬이 남편이지만 한편으론 남편 때문에 집중되는 시선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제가 주목받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잖아요. 예전엔 마음을 다친 일도 있었지만 이젠 다른 사람들 신경 안 써요. 연극판에서는 연극인으로, 학교에서는 선생님으로, 공식석상에서는 시장 부인으로 제 역할에 충실하면 되지 않을까요.”

글·사진=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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