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토변화 예고하는 고속철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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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속철이 개통됐다. 12년이 넘는 건설기간과 12조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된 대형 국책사업의 일단계 완공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직 대전 이남의 구간은 기존 철로를 이용하지만 서울~부산, 서울~목포가 모두 3시간 이내로 단축되면서 전국의 시간거리가 크게 좁혀졌다. 전국이 1일 생활권을 넘어 몇시간 생활권으로 축소된 것이다. 고속도로가 나라의 면모를 바꾸었듯이 고속철은 국토의 공간 구조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또 그동안 우리 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물류의 흐름도 개선될 것이다.

고속철 개통에 즈음해 정부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것은 우선 안전과 관련된 부분이다. 고속철도 사업은 기종 선정 및 건설과정에서 특혜의혹뿐 아니라 부실 시공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쳤다. 이제 선로 위의 비행기라고 일컬어지는 한국고속철이 성공적으로 운행됨으로써 그동안의 우려를 모두 종식시켜야 할 것이다. 수많은 터널과 교량을 필요로 하는 한국적 지형을 극복한 첨단 고속철의 정확하고 안전한 운행은 앞으로 중국이나 러시아 등의 유라시아 대륙 고속철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고속철로 인한 국토 공간구조 변화에도 정부는 세심한 정책적인 배려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연구에서 고속철도가 천안.대전.대구 등의 접근도를 향상시켜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반면, 수도권과 정차역 도시의 인구집중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 고속철이 서지 않는 지역의 인구유출이 심화하면서 도시성장의 격차가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고속철이 정차하는 도시의 기능과 토지 이용뿐만 아니라 고속철이 지나지 않는 지역을 어떻게 연계해 균형발전을 펴나갈 수 있을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전국을 반나절로 이어주는 고속철의 개통이 앞으로 한반도와 시베리아.중국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철의 실크로드 구상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