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동물이동로 건설보다 생태계 조사가 더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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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5년까지 전국 주요 도로에 100여개의 동물이동로를 건설하여 산림내에서 분리된 동물서식지를 연결시키겠다는 환경부의 최근 발표는 국가의 자연환경 및 생태계의 보호.보존을 걱정하는한사람으로서 우선 기쁘게 생각한다.동물이동로는 서식지의 분할이그 지역 구성종(種)의 감소를 가져오며,종(種)다양성을 유지하는데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이론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미국에서도 고속도로로 인해 분리된 동물서식지를연결하기 위해 이동로를 건설했다 .이 계획은 주(州)연결 고속도로에 대규모로 실행되었지만 이의 성공여부는 회의적이다.왜냐하면 우선 그 지역에 살고있는 조류는 이동성이 강하여 분리된 서식지 사이를 쉽게 넘나들고 있으며,포유류 중 비교적 큰 종인 사슴이나 엘크 같은 짐승은 일반적으로 한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이동하는데 그 동물들이 스스로 선택해 반드시 거치는 길목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또 환경변화에 민감한 야생동물이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이동로를 잘 이용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동물이동로 건설보다 더 시급한 것은 그 지역에 어떤 동물이 살고 있는가에 대한 종의 존재 유무며 적정 밀도 조사가 병행되어 그 지역에 수용될 수 있는 개체수는 얼마인가를 파악하는 일이다.이와같은 기초 데이터는 그 지역에 새로 건설 된 도로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의 서식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어느 규모로 동물들이 이동로를 이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추정이가능하기 때문이다.생태계 복원기술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다.환경보존에는 두가지 접 근방법이 있는데 오염을 줄이고 그의 분해를 촉진시키는 환경공학적 기술이 그 하나고 또하나는 종 다양성 유지를 위한 자연환경보존 기술이다.전자는 일단 수립되면 지역및 장소를 덜 가려 이용범위가 넓은 편이나 후자는 한 지역에서 실시되 는 새로운 기술이 다른 지역에도 잘 적용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일단 훼손된 생태계를 복구시키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경비와 노력이 또한 많이 요구된다.훼손하기 전에 이에 대한 기초조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동물 이동로를 세워놓고 그것을 수목과 풀로 「포장」했다고 해서 동물들이 이용하고 절단된 서식지가 하나로 연결되리라는 것은단지 사람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돈구 서울대교수.산림자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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