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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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17.어검술11 『왜 그가 이마에 총을 겨눌 때는 빼앗지 않고 팔에 겨눌 때 빼앗았는지 아세요.바로 당신이 처음에는 총을쏘지 않을 것을 그의 본능은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마치 사자가 옆에 있어도 배부르면 자기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임을 예측 하고 그 옆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어 먹는 얼룩말처럼요.그러나 그 다음은 위험하기에 그는 행동을 개시해 총을 앗아간 거죠.』 『재미있군요.』 『그는 본능하에 있을 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요.며칠씩 안 먹기도 하고 놀라운 예지력을 발휘하기도 하죠.』 상운은 허공에서 총을 만지작거렸다.그의 총이 이윽고 민우와 채영을 향해 겨눠졌다.민우는 섬뜩하니 긴장됐다.
『긴장할 것 없어요.그는 총을 쏘지 않을 거예요.그는 철저히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해요.그가 직접 총을 쏘아 죽인 것은 법에서도 정당방위로 인정할 때 뿐이에요.물론 그에게 총을 겨눈사람들은 분에 못 이겨 한 것이지만요.』 역시 채영의 말대로 상운은 총을 겨누고만 있을 뿐 쏘지는 않았다.그는 마치 허공에서 총을 들고 잠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소.저 모습이 철저하게 의식과 의도를지운 무의식의 모습이라면 저 자가 나를 노린다는 것은 모순이 아니오.나를 노린다는 자체는 의식이고 의도일 텐데….』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렇게 오랫동안 당신과 애기했던 거예요.자기 마음속에서 확신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면서…그는 무엇을 창조하거나음모를 게획할 때 자기 전체가 그 하나에 집중되기를 기다려요.
그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 자기의 본 모습 은 숨기고 철저히 상대에게 따라가고 맞추죠.그러나 때가 되면 그는 가혹하게 상황을끊어 버려요.아까 당신이 당한 상황이 바로 그때예요.그는 하나에 집중해 자기의 전 존재를 발동시키기 때문에 비록 무의식이고본능적인 모습이라 해도 그 일에 집중돼 있죠.』 『그렇다면 저모습은 순수본능이 아니오.목적을 향한 의도적인 본능일 뿐….그렇다면 지상운은 나를 해할 수 없소.나는 저 모습에 흥미가 없으니까….』 『그렇게 간단하진 않을 거예요.먹이를 노린 본능이해갈되지 않는 한 그는 다른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이떻게 하면 된단 말이오.』 『우리가 죽일 수 있을 때 죽여버리는 게 최선이에요.그렇지 않고서는 저 사람의 추적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채영,어리석구나.내가 여기까지 왔을때 내 호신책 하나 마련하지 않았는 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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