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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에 갇힌 아이들] 5. 해결 방법 찾아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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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본사 취재팀은 지금까지 여러 기관.단체와 함께 조사.분석한 빈곤 아동의 실태를 연재해왔다. 시리즈를 마치며 이들 기관.단체의 핵심 관계자에게서 가난에 갇힌 아이들을 위한 대안을 들어봤다. 참여 인사는 ▶국가인권위 강명득 인권정책국장▶보건교사회 조희순 회장▶부스러기사랑나눔회 이경림 사무국장▶참여연대 사회복지위 이태수 교수(현도사회복지대)▶노동연구원 방하남 연구위원 등 5명이다.

*** '아동 = 공공재' 인식 전환

'빈곤아동 100만'추산 이태수 교수

우리 사회는 아동 양육을 부모가 책임질 문제로 생각한다. 그러나 서구에선 이미 20세기를 '아동의 세기'로 정하고 아이를 키우는 모든 가정에 수당을 주는가 하면 그룹홈.가정위탁제 도입과 가정봉사원 파견, 보육료 지원 등 아동복지의 초석을 꾸준히 깔아왔다. 아동을 '공공재(公共財)'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지 가난한 부모 밑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 아이의 일생이 불행하게 되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우리도 빈곤 아동의 양육을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아동의 사회적 양육에 필요한 재원 확보 문제를 국가와 민간이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한다.

*** 지역아동센터 예산 늘려야

'공부방 실태'조사한 이경림 국장

아동복지법 개정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임의시설이던 공부방이 '지역아동센터'란 법정시설로 탈바꿈한다. 기존 공부방이 요(要)보호아동에 대한 사후 대처 중심이었다면 지역아동센터는 예방적 보호기능을 맡게 된다. 현재 전국에 400여개 공부방이 있지만 이곳에 보호 중인 아동은 전체 빈곤 아동 100만명 중 1%밖에 안 된다. 따라서 공부방을 체계적이고 통합적 기능을 가진 지역아동센터로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사회의 여러 자원을 아동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데, 올해 지역아동센터 지원 예산이 정부와 지자체를 합쳐 고작 16억원에 불과하다. 빈곤 아동 문제를 바라보는 당국의 인식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 돈 없어도 학교 갈 수 있게

'교육 빈곤'분석한 방하남 위원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교육펀드(fund)'조성을 고려할 시점이다. 가난한 가정의 자녀가 중학교에서 고교로 올라가고, 고교에서 대학에 진학했을 때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하자. 그래서 능력이 있으면 돈 없이도 상급 학교에 갈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장학금제도와는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장학금은 성적 우수자에게 주는 것이지만 교육펀드는 저소득층 자녀에게 '가난 대물림'을 막기 위한 투자라고 여기면 된다. 미래의 사회비용 중 일부를 당겨 지급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펀드는 꼭 중앙정부 차원에서 조성할 필요는 없다. 지방자치단체별로 할 수도 있다. 정부와 기업.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하는 식이면 더 좋겠다.

*** 정기 건강검진 확대해야

'보건 실태'조사한 조희순 회장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위치한 학교 보건실엔 각종 스트레스와 질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발길이 잦다. 저소득층은 생계 유지를 위해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자녀의 건강문제에 소홀하기 쉽다. 따라서 빈곤 아동의 건강 관리는 학교의 몫이다. 무엇보다 저소득층 학생을 상대로 한 정기적 건강검진 사업이 확대돼야 한다. 또 예방 중심의 보건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보건 관련 교과 내용을 한데 묶어 독립된 보건과목으로 다뤄야 한다. 아동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빈곤 아동들이 겪는 정서 장애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하기 위해 보건교사를 전문상담교사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 빈곤층 지원 법적 보장을

'사례 분석'공동 기획 강명득 국장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가 지구촌 곳곳에서 빈곤 대물림을 심화하고 있다. 개인이 잘못해 가난해졌다기보다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어릴 적의 가난은 교육 기회를 빼앗고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빈곤 문제를 인권 보장 차원에서 다뤄왔다. 사회보장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시혜가 아닌,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과 사회보험.공적부조를 통해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정책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국가와 사회가 빈곤층의 주거.교육.건강을 어느 수준까지 보장할지 정하고, 이를 법률로 만들어야 한다.

특별취재팀=이규연.김기찬.김정하.손민호.백일현.이경용 기자
사진=안성식.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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