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사태 '데이턴합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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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보스니아평화 3국정상회담은 평화구축합의로 「성공리」에 끝났다.그러나 이번 합의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발표와 마찬가지로「포괄적 평화합의」이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세르비아대통령이 합의발표장에서 말한 『평화만이 승자고 아무도 승리 한 바 없는 패자들만의 합의』였다.
미국정부는 이번 보스니아.크로아티아.세르비아 3국정상들의 평화회담을 「구체적인 합의보다는 포괄적 합의」로 포장한 「성공」만들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보였다.
밀로셰비치가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승리한 회담」이 아닌 「모두가 패배한 회담」은 장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합의발표에 나선 알리야 이제트베고비치 보스니아대통령은 『진정한 평화는 아니다.그러나 이번 평화는 전쟁을 계속하는것 보다는 나은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대통령의 성공적인 포괄적 평화와는 달리 이번 데이턴정상회담의 보스니아 평화합의는 당사국 대통령들의 발언 곳곳에서 앞으로 시한폭탄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암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예로 이번 합의에서 영토문제가 완결되지 않은 것이다.보스니아를 하나의 국가로 묶는다는 합의는 보스니아를▶보스니아-크로아티아 연방▶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 지역이라는 2개 정체로 분할하고▶관할지역,즉 영토도 51%대 49 %로 나누는 사실상의 국가분할조항으로 인해 얼마나 지켜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번 포괄적 평화합의는 카라지치와 라트코 믈라디치 등의 퇴진을 명시하고 있어 밀로셰비치는 이들에게는 배반자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카라지치 등은 이미 밀로셰비치 대통령에게 『그같은 합의문에 서명하라고 권한을 준 적이 없다』고 비난하 고 있다.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는 카라지치 등의 퇴진은 물론 데이턴합의에 따른 영토분할내용에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빠르면 다음달 초 파리에서 공식 서명식을 갖는다는 3국정상회담발표는 적지 않은 넘어야할 산들에 막혀있는 셈이다.
워싱턴=진창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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