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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게이츠의미래로가는길>中.집이 우주의 중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멀티미디어.주문형비디오(VOD).정보고속도로 등이 보여줄 미래 모습에 궁금증을 가진 사람은 내년말 시애틀 근처 워싱턴호수너머 산자락에 자리잡을 나의 새 집을 방문해줄 것을 권하고 싶다.창조의 열정이 강한만큼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 한 나에게 집이란 우주의 중심이며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80년대말 첫 삽을 뜬 우리집의 외견상 특징은 100명이 식사할 수 있는 홀과 직원 단합대회를 위해 소극장.풀장.체력단련실이 있다는 것이다.얼른 봐서는 지진에 대비,엄청나게 많은 콘크리트를 부어 기반을 다진 것만 눈에 띌 것이다.
그러나 이 집의 보이지 않는 곳은 실리콘과 소프트웨어로 「중무장」돼 있다.
방문객들은 대문을 들어서기 직전 가슴에 전자핀을 꽂아야 한다.이 핀은 당신과 우리 집안 전자장치를 연결시켜주는 고리로 당신이 누구며 어디에 있는지,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준다.전자핀은 당신이 복도를 지나갈 때 근처 조명장치가 스스로 켜지도록 해주고 지나가고나면 꺼지게 한다.당신이 모차르트 호른협주곡을 듣고 싶으면 가까운 스피커에서 멋진 호른 소리가 흘러나올 것이다.전화가 와도 온 집안 벨이 울릴 필요가 없다.전자핀이 당신 위치를 확인,가장 가까운 전화벨 만 울리도록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집은 숨막히는 첨단기술로 가득 찬 것은 아니다.우리집에 쓰일 목재는 80년전 컬럼비아강가에 세워진 제재소를헐어 가져온 것이다.이 제재소는 수령 500년 이상인 전나무로지은 것인데 정보통신이 환경보호에 큰 몫을 한다는 신념을 가진나로서는 따로 나무를 벨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집안에 첨단기술을 도입하려면 두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
하나는 컴퓨터 시스템에 사람이 주눅들지 않도록 가급적 첨단기술냄새가 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과 반드시 도움을 원하는 사람에게만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전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매번 똑같은 음악만 틀어줘서는 안된다.주인이 항상 오후10시30분에 잠자리에 든다고 한창 파티가 열리는 도중 컴퓨터가 집안 전등을 모두 꺼버린다면 이 또한낭패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헤아리지 못하는 컴퓨터시스템이라면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일일이 내가 원하는 것을 컴퓨터에 입력하기 어렵다면 정보고속도로로 연결된 원격모니터시스템이 나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정보고속도로에 거는 기대는 크다.
나의 이런 바람은 「코비스」를 통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코비스는 미국 역대 대통령 모습,안데스산맥 스키장 전경,진귀한 프랑스 우표,비틀스의 데뷔시절 공연실황등 100만가지 화상데이터베이스(DB)를 보관하고 있는 디지털저장회사다.
나는 예술을 사랑한다.루브르박물관에서 며칠이고 구경해도 성이안차지만 간혹 옆에서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든다. 코비스는 나처럼 바쁘고 새로운 지식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을 위해 충실한 설명을 곁들인 고급 시각정보를 제공해주는 회사다. 일부에서는 내가 막대한 부로 괴팍한 기호를 즐긴다고 말할지 모른다.그러나 나는 남보다 몇년 앞서 체험해보는 것일뿐조만간 모든 사람도 똑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렇다고 해서 첨단기술이 사람들을 집안에만 머무르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다.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전자공간 안에 공원.백화점.박물관이 있어도 현실공간에서의 직접 체험을 원한다.
정보고속도로의 장점은 현실공간에서 접하기 힘든 넓은 영역에서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컴퓨터와 담쌓은 내친구 워런 버핏도 컴퓨터통신망으로 온라인 브리지게임을 배우면서 별로 가깝지 않던 사람들과 친해져 여섯달동안 컴퓨터 옆을 떠날 줄 몰랐던 적이 있다.
정보고속도로는 유사한 관심을 가진 사람을 쉽게 찾아준다.온라인 공동체가 커질수록 정보에 대한 갈증이 커져 정보고속도로를 찾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여러분들은 단지 집안에서 「손끝으로모든 정보」를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정리=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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