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군부>1.김정일과 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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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일성(金日成)없는 북한-.김정일(金正日)은 1년5개월이 지나도록 당총비서 및 국가주석직에 취임하지 않고 있다.김정일정권하의 북한에서 특별한 정치불안 요소가 보이지는 않는다.그러나 권력승계 절차의 지연을 둘러싸고 「뭔가 이상하다」 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김정일과 군부의 관계에 관한 논란이 전문가들 사이에뜨겁다.북한 정치상황에서 군부의 동향이「뜨거운 감자」가 될 수있다는 관측 때문이다.김정일정권의 단기적 안정성을 파악하는데 군의 동향이 중요한 만큼 ▶김정일과 군 ▶군내의 정치조직 ▶떠오르는 별 ▶사병들의 군생활 등을 몇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註] 김정일은 군사부문에서 최고사령관과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다.군 최고사령관을 김일성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91년12월이다.
김정일이 73년9월 조직비서로 일한 이래 당.정.군 총괄비서역할을 하면서 70년대 중반부터 군인사권을 휘둘렀다는 증언이 많다.심지어 부대이동.무기편제.물품구입 등에 그의 사인이 있어야 될 정도였다는게 전직 북한 고위관리의 설명이 다.
북한의 정치관행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그가 이미 군권을 장악했기 때문에 최고사령관에 「추대」될 수 있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김정일과 군의 관계를 파악하는데 있어 군 최고사령관의 비중은 중요한 척도가 된다.
북한의 군 최고사령부의 기능을 평시에는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인민군은 「당의 군대」이기 때문에 당중앙에 군사위원회가 존재하는 것이다.당군사위의 실무 관장부서는 당군사부다.위원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이 기구가 최고사령부임을 알 수 있다.
위원은 최광 인민무력부장,이을설 호위총국장,백학림 사회안전부장,이두익(보직 미확인),김광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김익현 당민방위부장,조명록 총정치국장,이하일 당군사부장,김영춘 총참모장,김두남(보직 미확인),오룡방 군단장,김명국 평 양방어사령관,김일철 해군사령관,박기서 820기계화군단장,김하규 포병교도국장,이봉원 총정치국 제1부총국장 등 16명이다.이들은 대장급 이상이며 최고사령부를 구성한다.위원장은 최고사령관 김정일이다.
김정일은 최고사령관 자격으로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일이 있고 정무원.인민무력부에 평양 청류다리 건설을 명령한 적이 있다.최고사령관이 비상체제 아래서는 민간분야까지 지휘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김정일은 93년4월 국방위원장에 추대됨으로써 국가의 전반적 무력을 장악하는 계기를 맞게 된다.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광이고,위원은 전병호 당비서(군수),김철만 제2경제위원장(군수),이을설,김광진,이하일 등이다.당군사위원이 아닌 2명은 군수담당자들 뿐이다.이 구성도 김정일의 군 최고수뇌부 장악의 증거다.
지난 10월10일 당창건 50주년 행사를 앞두고 발표된 군수뇌부 인사도 김정일의 군권장악을 시사한다.그는 인민무력부장.총정치국장.총참모장 등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했다.이 인사는 군 책임자들 간의 견제.균형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
김정일은 정권안정에 영향을 줄수 있는 군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군부대 현지지도 ▶야전계통 장령(장군)들의 평양소환 ▶중대장.중대 정치지도원대회 개최 등 일선지휘관의 평양집회 등을 늘리고 있다.
군부의 이상동향이 감지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군부가 정책결정과정에서 강경론을 대변할 수는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영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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