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 이야기도 로맨스 영화가 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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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 06면

결혼식장에서 처음 하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신랑·신부의 예쁜 웨딩 리허설 사진. 요즘은 이걸 슬라이드 쇼로 만들어 상영하는 것이 대세인데, 종종 예식 중이나 피로연 중에 신랑·신부의 감사 인사라든가 친구들의 축하 메시지를 담은 인터뷰 영상을 틀기도 한다. 좀 더 욕심을 부린 커플은 연애 시절 사진에 편지글을 곁들여 한 편의 ‘포토 에세이’를 꾸민다. 웨딩 업체들에 따르면 이런 영상 작품은 뮤직 비디오처럼 발랄하면서도 로맨틱 코미디 영화처럼 화사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관건이다.

-진화하는 웨딩·육아 DVD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웨딩 다큐’ 혹은 ‘재연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치과의사로 일하는 김유준씨의 경우, 3개월의 기획과 일주일의 제작 기간을 거쳐 장장 10분에 달하는 영화 ‘A Moment of Love’를 만들었다. 중학교 교사인 신부를 맞이한 김씨는 소중한 결혼의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었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출연을 부탁하고 카페와 공원을 섭외하고 행사 영상 제작 업체 ‘드림앤드’(02-517-2451 dreamand.co.kr)에 의뢰해 촬영팀을 꾸렸다. 친구 소개로 처음 만난 날부터 데이트 시절 일화를 담고, 프러포즈의 감격, 함들이 날 등 결혼 준비 과정을 재연 드라마로 꾸몄다. 내레이션 더빙, CG 등 후반 작업도 제대로 거쳤다. 심지어 메이킹 필름도 만들어 붙였다.

드림앤드의 이제근 대표는 제작 비용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제시한다. 이 대표에 따르면 최근 결혼식 스타일 자체가 변하는 추세다. 틀에 박힌 예식을 보고 밥만 먹고 오던 딱딱한 결혼식이 재미있는 이벤트를 추구하면서 웨딩 동영상처럼 자신의 사랑을 설명하고 홍보하고 나아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까지 만들어보고자 하는 욕구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 업체에서 웨딩 동영상을 제작한 뮤지컬 배우 남경주씨 부부와 연예인 서민정씨 부부도 직접 글을 쓰고 사진을 준비하는 등 정성 들여 동영상을 제작한 케이스다.

감동의 1년, 아기 성장 동영상
돌잔치를 위해 아기 성장 동영상을 만드는 사례도 흔하다. 예쁜 아기 포토 슬라이드를 행사장 한쪽 벽면에 틀어놓고, 돌잡이 전에 10분 내외의 아기 성장 스토리를 함께 관람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요즘 디카와 캠코더는 아기 가진 부모의 필수 품목이라고 한다. 부모가 아니면 그 누구도 제때 포착할 수 없는 뒤집기·배밀이·옹알이·앉기·걸음마·이유식 등 경이로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이런 아기 성장 동영상은 DIY 정신을 발휘해 부모가 직접 만드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 기기나 영상 편집 프로그램에 익숙지 않을 때, 세련된 디자인과 좀 더 작품성 있는 결과물을 원할 때는 전문 영상 디자인 업체에 맡기기도 한다. 아빠곰스튜디오(031-815-0508, daddygom.com) 같은 업체들은 부모가 모아온 사진과 동영상을 재구성하고, 태몽같이 소스가 없는 장면은 귀여운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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