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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하버드대학의 윤리교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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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0년대말 세계금융과 증권의 중심지인 뉴욕 월가(街)에는 큰스캔들이 있었다.소위 여피(YUPPIES:Young UrbanProfessionals)로 불리는 젊고 똑똑하고 학벌좋고 야망있는 젊은이들이 대도시 뉴욕으로 가서 부(富 )도 얻고 출세도 했다.
그들중에 마이클 밀리킨과 아이반 보스키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들도 그곳에서 성공했고 투자금융회사까지 경영,40대에 벌써 백만장자가 됐다.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들은 후일에 투자정보를 누설하고 여러가지 부도덕한 밀실거래를 통해 엄청난 부정축재를 한것이 드러나 결국 감옥에 가고 말았다.
이들은 기업가로서의 경영수완은 뛰어났지만 기업윤리관이 결여됐던 것이다.그 당시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스캔들로 인해 대학의비즈니스 스쿨에서는 윤리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재인식하기 시작했다.결국 부정부패로 인한 그들의 도산은 그들만 의 것이 아닌미국 윤리관의 도산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하버드대학및 그외 여러 대학의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가치관을 정립하는 윤리과목들을 학교에 따라서는 필수과목으로 개설하기 시작했다.윤리교육.인성교육의 필요성이 어디 비즈니스 스쿨뿐이겠는가.도덕과 윤리가 없는 경제성장 이나 부는 재난(災難)이다.
지난 반세기의 험난한 우리 역사를 되돌아본다.최근 몇년사이에놀랄만한 재난의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터졌다.이제는 드디어 전직대통령의 부정축재로 인한 구속으로 온나라가 또다시 절망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온국민을 처참하게 하고 있다.무엇이 오늘날 이토록 우리들을 황폐케 했는가.우리 사회는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것인가.이러한 불행한 사건들에 대한 대안책은 없는 것일까. 장인 공(工)자를 보면,우리는 좁은 의미로 과학기술(Technology)만 생각하기 쉽다.그러나 「工」자의 세 획을 통해 지도자의 인성을 중요시하는 논리를 전개해볼 수 있다.
「工」자의 아래획「一」은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전문지식 보다한 개인의 인성,즉 윤리관 및 철학적 가치관의 확립이 우선돼야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나는 누구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사람을 사람답게하는 그 무엇에 대한 의문과 그 의문에 대한 정리가돼 있지 않다면 우리는 마치 눈가리개를 하고 향방없이 목적을 모르고 뛰는 말처럼 너도 나도 그냥 한 방향으로 뛰고 있는 것과 같다.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더 늦기전에 우리의 자녀와 젊은이들에게 참된 가치관을 심어주고 가르쳐야 하는 절실한 순간이 왔다.학교와 가정에서의 인성교 육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工」자의 가운데 획인 「」은 각 개인의 전문성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현대사회는 직업의 종류가 크게는 2,000여종,세분하면 1만여종에 이른다고 한다.특히 산업구조의 분화로 고도의전문성과 정보분업적 지식을 요하는 인력을 우리사 회는 필요로 한다.자연히 세분화된 수직적인 지식위주의 교육을 지금까지 대학에서 해왔다.그러나 이타적(利他的)인 윤리관이 건전하게 서 있는 전문인이야말로 비로소 사회에 유익을 끼치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위의 획 「一」은 다른 영역의 전문인과도 대화가 될 수있는 전문지식의 보편화 내지 일반화라고 볼 수 있다.건전한 윤리관의 바탕위에 그 전문성이 편협,치우치지 않고 다른 사람과 수평적으로도 폭넓게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지도 자 자질을 갖춘 사람이다.
이런 중간지도자들이 많을 때 사회는 건강하게 된다.즉 「工」자의 아래 획에 해당하는「一」과 같이 윤리도덕관이 건전하게 확립되지 않으면 전문지식이 아무리 탁월해도 그 사람은 사회를 넘어지게 한다.
이제까지 우리 학교 교육을 생각해보면 입시위주로 소위 명문대학 합격만을 중요시했고 인성(人性)교육은 크게 소홀히 해왔다.
이 입시전쟁은 어느틈에 우리 선조들이 중요시했던 전통적인 아름다운 가치관과 윤리관을 가정교육에서도 빼앗아 갔다 .대학은 더이상 지식전달의 장소만이 돼서는 안된다.대학은 건전한 인격과 전문지식을 함께 소유하는 전인적(全人的)인 인재들을 양성하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도 이 비극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대안을 하버드대 윤리교육의 시작에서 찾아야 한다.전직대통령의 이 엄청난 액수의 검은 비자금을 모두 교육비로 전환,대학에서의 인성교육.윤리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토록 해 가치관의 부재(不在)라는 이 엄청난 교육 공해의 비극을 방지하는데 적극 투자했으면 좋겠다.보다 밝은내일을 위해.
〈김영길 한동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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