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구속사태-YS 귀국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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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20일 귀국함에 따라 정치권의 시선이다시 청와대로 모아지고 있다.검찰수사가 정치권의 어디까지를 건드릴 것인지,언제 어떤 방법으로 정국의 수습을 모색할 것인지 金대통령 외에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시종일관 『검찰의 수사에 일절 간여하지 않는다』고 되풀이하고 있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노태우(盧泰愚)씨의 2차소환이 구속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청와대는 함구했으나 강삼재(姜三載)민자당총장은 자신있게 『그렇다』고 했다.여권 핵심부에서는 수사방향을 감지하고 있으며 교감이있을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金대통령은 출국직전 금주 일정을 전부 취소했다.金대통령이 1주일동안의 일정을 비워놓은 적은 없었다.청와대는 金대통령의 귀국일인 20일 출입기자들이 대기해주기를 희망했다.뭔가 급박한 조치가 취해질 듯한 분위기였다.
적어도 盧씨 비자금사건과 관련한 金대통령의 구체적인 구상이 진행되고 있고 모종의 조치가 있을 것임을 짐작케 했다.청와대관계자들도 『金대통령이 그냥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金대통령이 당분간 말을 아낄 것』이라고전했다.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를 수행한 다른 고위관계자는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수사가 어느정도 마무 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금주중 정치권의 정화와 정경유착 근절 등을 강조하는 金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 발표가 있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여권내부에서 담화문발표 시기를 늦추자는 얘기가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따라서 발표시기는 유동적이다.
대선자금 공개부분은 당의 몫이다.
이를 공개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면서 과거 관행의 단절을 선언하고 정치권의 자정의사를 밝히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이 부분이선행된 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나오는 수순을 밟을 것이 유력시된다. 문제는 현재 정치권에서 제시하고 있는 해법은 진정한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데 있다.
여야 모두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더구나 金대통령의 스타일상 검찰 수사과정에서 盧씨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부분이 밝혀질 경우우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金대통령이 손상을 감수하고 정치권 사정의 고삐를 죌 것이냐 적정수위에서 선회할 것이냐에 따라 정국은 소용돌이칠 수밖에 없다.
오사카=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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