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뉴타운 절터 유적 “현장 그대로 보존”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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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 은평뉴타운 예정지 발굴조사에서 드러난 문화유적에 대해 첫 보존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은평뉴타운 건설사업은 일정 부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문화재위원회 매장분과는 지난 25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회의를 열고 신라시대 화엄종에 속한 10대 사찰(화엄10찰) 중 한 곳인 ‘청담사(靑潭寺)’라는 명문기와가 다수 출토된 진관내동 429번지 일대 3-A공구 절터 유적과 그 인근 신라말-고려초기 석조미륵불상을 현장에 그대로 보존할 것을 결정했다고 문화재청이 29일 밝혔다. 문헌기록에만 언급되고, 그 정확한 위치가 알려지지 않았던 청담사는 한강문화재연구원(원장 신숙정)이 지난해 12월부터 SH공사의 의뢰를 받아 은평뉴타운 예정지를 발굴조사하는 과정에서 북한산 자락인 응봉(鷹峰·해발 235.1m) 능선 하단부 구릉지에 있었음을 밝혀주는 명문 기와가 발굴됨으로써 베일에 가려졌던 위치가 밝혀졌다.

이 절터가 발견된 곳 인접지점에는 자씨각(慈氏閣)이라는 현판을 내건 보호각이 있고, 그 안에는 석조미륵불상 1개가 안치돼 있다. 자씨(慈氏)란 미륵보살을 말한다. 불교미술사 전공인 박경식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는 “이 불상은 뉴타운 건설을 위한 2003년 지표조사가 실시되기 이전에는 학계에 전혀 보고가 되지 않은 것으로, 옷주름 등을 포함한 양식적 특성으로 볼 때 나말여초(羅末麗初)의 작품으로 생각하며, 아무리 늦잡아도 (제작시기는) 고려 중기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뉴타운 계획 수립 단계에서 이 미륵불을 현장 보존조치하도록 서울시 측에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SH공사는 이곳을 관통하는 도로 건설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담사는 신라말을 대표하는 학자 최치원이 신라 효공왕(孝恭王) 8년(904)에 저술한 법장화상전(法藏和尙傳)이라는 한 승려의 전기에서 “해동의 화엄의 큰 학문 장소로는 10군데가 있으니 한주(漢州)의 부아악(負兒山) 청담사(靑潭寺)도 그 중 하나다”(海東華嚴大學之所有十山…漢州負兒山靑潭寺也)라고 적었으나 그 위치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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