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논단-"한일 합방조약은 무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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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총리의 한일합방조약에 관한 국회답변이 파문을 불러일으킨 것은 당연한 일이다.한일합방조약은 한일관계의 기본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한일양국은 아직 한일합방조약의 성격에 관한 한일조약 제2조의 해석을 둘러 싸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1965년에 체결된 한일조약의 제2조는 1910년에 맺은 합병조약의 무효를 선언하고 있다.한국측은 조약 전문에「일본제국주의의 과오」를 다루기를 요구했지만 일본측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에 제2조가 역사에 관한 유일한 조항이 되었다.문제는 합방조약을 무효로 하는 시점이었다.한국측은 강제된 조약은 당초부터 무효라고 주장했다.식민지 지배는 불법.부당한 침략이라는 것이다.이에 대해 일본측은 조약은 정당하게 체결되었기 때문에 유효하며,무효의 시 점은 한국이 독립한 1948년8월15일이라고 주장했다.당시 일본정부는 한반도통치에 대한 반성.사죄의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양국은 한일조약 타결이 지상과제였기 때문에 조약 문구는 쌍방이 서로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선에서 처리해버렸다.정일권(丁一權)국무총리와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일본 총리가 국회에 돌아가 서로 자신들의 승리를 주장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양국은 과거를 청산하면서 과거에 대해 정반대의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이제 엇갈리는 해석에 조속히 종지부를 찍지않으면 안된다.한일조약에 대한 해석의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북-일 국교정상화는 불가 능하게 되는 것이다.최근에는 합방조약의 전제였던 1905년 을사보호조약도 『한국측 대표에게 위협을 가해 조인이 이루어졌으므로 무효』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늘날 돌아보면 한민족의 의지에 반해 강제된 합방조약과 식민지지배는 어떠한 의미로도 합법화.정당화할 수 없다.합방 조약은처음부터 무효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에따라 한일조약 제2조에 대한 해석을 통일시킬 수 있는 유일하고도 현실적인 길은 일본이 한국측의 해석을 받아들이는 것 뿐이다.〈정리=이철호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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