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그림자’는 1m9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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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상원의<左>이 지난해 9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한 교회를 방문 했다. 오바마 오른쪽이 수행 비서인 레지 러브. [컬럼비아 AP=연합뉴스]

닭 날개 튀김, 생선구이, 데친 브로콜리까지 가리는 게 없이 잘 먹고 간식으론 초콜릿 바와 유기농 차를 즐기는 남자.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얘기다. 온종일 그를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개인 비서 레지 러브(26)가 밝힌 내용이다.

러브는 거의 매일 오바마와 함께 호텔 헬스클럽에서 일과를 시작한다. 둘은 잠들기 전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의 간판 프로 ‘스포츠센터’를 시청하며 하루를 마감할 만큼 가까운 사이다. 뉴욕 타임스는 28일 “오바마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리는 날이면 러브와 농구 시합을 해야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을 정도로 그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듀크대에서 미식축구·농구 선수로 활약했던 러브는 1m96㎝의 거구다. 장신인 오바마보다 7.6㎝나 더 크다. 158㎏짜리 역기를 너끈히 들어올리기도 한다. 이런 그를 두고 오바마는 “나보다 더 멋진 남자”라고 치켜세운다. “동생 같은 존재”라고도 했다. 실제론 아들뻘이지만 나이(오바마는 46세)를 인정하기 싫어 동생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평소 러브는 오바마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지근 거리에서 보좌한다. 오바마가 늘 끼고 살다시피 하는 아이폰(애플사의 휴대전화)과 블랙베리(e-메일이 가능한 스마트폰)는 물론 각종 문구류와 목 캔디, 감기약, 니코틴 대용제, 차에서 음식을 먹다 옷에 흘릴 경우를 대비한 즉석 얼룩 제거제 등이 필수품이다. 러브는 오바마가 전화로 수퍼대의원들에게 설득 작업을 펼 때면 곁에 붙어 앉아 전화번호를 찾아준다. 추운 날씨에 야외 연설을 마친 오바마에게 “코트를 줄까요?”라고 묻는 것도 그의 몫이다.

침착하고 차분한 성격인 오바마와 달리 러브는 자유분방하고 활달하다. 경호를 맡은 비밀 요원들에게 곧잘 농담을 던지고, 수행 기자들 앞에도 빈번히 나선다. 오바마의 46번째 생일에 아이팟(애플사의 MP3플레이어)을 선물로 사준 뒤 힙합 가수 제이 Z의 노래를 내려받아 들려주기도 했다. 최근엔 인터넷에 그가 대학 시절 술에 취해 만신창이가 된 사진이 떠돌자 “사람은 실수를 통해 배우고, 더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냐”고 당당히 대응했다. 오바마는 몇 주 전 러브의 고향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유세를 할 때 청중과 함께 “레지, 레지!”라고 이름을 연호하며 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러브는 대학 졸업 후 프로 미식축구팀 입단을 시도하다 2006년 오바마 캠프의 홍보 담당인 로버트 깁스와의 면접을 거쳐 채용됐다.

오바마 외에도 대부분 미국 정치인들에겐 ‘보디 맨(body man)’이라 불리는 개인 수행 비서가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신과 보디 맨의 관계가 “마치 오래된 부부 같다”고 평한 바 있다. 오바마의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은 유능하면서도 섹시한 후마 애버딘이란 여성 개인 비서를 두고 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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