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구속사태-연희동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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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은 15일 전격소환과 함께 이날 밤부터 검찰의 구속방침이 전해지자 침통한 분위기다.盧전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후 이날 밤 연희동 자택에는 부인 김옥숙(金玉淑)씨와 아들 재헌(載憲)씨 부부만 쓸쓸 하게 남아있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한 측근은 『검찰이 이렇게 서두를지 몰랐다』며 기습소환에 이은 구속방침에 허탈해 했다.
이미 연희동측은 이날 오전 검찰의 갑작스런 소환사실을 접한뒤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었다.박영훈(朴永勳)비서실장은 『검찰 발표가 있기전까지 소환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평소와 달리 전화를 건 기자들에게 『봐달라』『제발 끊어달라』고 사정할 정도로경황이 없었다.그는 『盧전대통령이 아침에 검찰의 소환사실을 전해들은 뒤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다』고 전했다.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아침 7시30분쯤 김유후(金有厚)전사정수석이 연희동을 방문해 『오늘 오후 소환될것 같다』고만 했을뿐 정확한 소환시간도 언론보도를 접하고서야 알게됐다는 후문이다.서동권(徐東權)전안기부장과 정구영(鄭銶永)전검찰총장 등 다른 측근들도 하나같이 『TV를 보고 2차소환을 알았다』고 했다.이 때문에 朴비서실장은 『검찰소환에 대비해 별다른 준비도 못했을 정도』라며『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반면 그는 盧전대통령이 이날 검찰에서 대선자금 등에 대해 진술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로 함구했다.
특히 연희동측은 전날 정해창(丁海昌)전비서실장과 한영석(韓永錫)전사정수석이 태국으로 출국한 뒤라 더욱 당혹스러워했다.측근들에 따르면 盧전대통령은 丁전실장과 韓전수석에게 조속한 귀국을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소환 바로 전날 출국한 이들은 2차소환이 늦어질 것으로 알고 있었던것 같다.핵심측근들이 없는 마당에검찰의 기습소환을 접한 盧전대통령의 난감한 심사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이날 측근들의 당혹감과는 별도로 연희동 자택에는 盧전대통령의 친인척들이 대거 몰려들어 구속에 대비하는 분위기도 풍겼다.오전11시 딸 소영(素英)씨 부부가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동서인 금진호(琴震鎬)의원 부부.동생 재우(載愚 )씨 부부 등이 잇따라 연희동을 찾았다.
盧전대통령은 이들과 가족회의를 열기도 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구속여부에 대해 한 측근은 『盧전대통령이 주로 金전수석과 법률문제 등을 논의했다』며 『구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盧전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기위해 오후 2시30분 자택을나설 때 재헌씨.재우씨.琴의원 등이 대문밖까지 배웅해 소환과 함께 구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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