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폭력장면 위험 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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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안방극장의 폭력묘사가 지나치다.
끔찍스런 내용도 문제지만 폭력묘사장면이 너무 많다.상황묘사를위해 꼭 필요한 것도 아닌 이같은 「습관성」 폭력묘사는 가뜩이나 폭력이 일상화된 우리사회를 더욱 거칠게 만들 위험이 있다.
서울 상계동에 사는 가정주부 안윤지(31)씨는 얼마전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 『TV 프로그램이 왜 이러냐』며 격앙된 어조로성토했다.
일곱살된 딸을 두고 있다는 안씨는 『칼로 베고 채찍으로 때리는 장면이 수없이 반복돼 아이가 볼까 무서워 얼른 채널을 돌렸다』고 항의했다.이같은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안씨는 『적어도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시청하는 시간대 프로그램 이라면 시청자들이 당혹감을 느낄 정도의 이같은 폭력묘사는 피해야 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MBC-TV 『전쟁과 사랑』의 이 장면은 지난달말 방송위원회의 심의에서도 한차례 주의를 받았다.
방송위원회 심의소위는 『전쟁의 참상을 그리는 드라마라도 일본교관이 채찍으로 조선의 지원병을 마구때리고 자신의 군화를 하게하는 등의 묘사는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불안감을 주는 것』이라는심의결과를 내놓은 것.
지난 12일 방영분에서도 일본군인의 끔찍한 할복자살 장면이 여과없이 방영돼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극전개상 자살장면의 당위성을 인정하더라도 배를 긋는 칼을 따라 주르르 피가 배어나오는장면을 그대로 보여준 것은 아무래도 지나친 처리 였다.특히 멜로성 드라마의 제작이 활기를 띠면서 시청자들의 구미를 자극할만한 「필수요소」로 이런 폭력장면을 삽입하고 있는 추세다.
이미 막을 내린 『바람의 아들』과 『젊은이의 양지』는 드라마의 상당내용이 폭력과 연관됐다.『제4공화국』과 『코리아 게이트』도 예외는 아니다.
10.26 당시 꿈틀대는 시체를 향해 확인사살을 하는 장면을여과없이 방영하거나 혀를 잡아빼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방송관계자들은 폭력이 상황묘사나 시청자 확보에 필수적인 「필요악」이라고 주장한다.그러나 시청률을 의식,폭력등 어떠한 묘사도 가능하다는 주장은 TV의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할 때 설득력이 약하다.방송사측의 자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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