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적 "답사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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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문화유산 유적지를 찾는 발길이 최근 부쩍 늘면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문화유적이 훼손되는등 「답사공해」가 심각하다. ◇답사 폭증=문화유산 답사는 지난 92년 출간된 유홍준(兪弘濬.영남대교수)씨의 『우리문화유산답사기』가 100만권 이상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며 크게 늘었다.90년초 전국에 10여개에지나지 않았던 답사단체가 현재 15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국문화원연합회(회장 李秀弘)는 추산하고 있다.
◇피해=전북고창군아산면 선운사(禪雲寺)는 조선후기의 고승 백파(白波)선사 부도비에 쓰인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추사체 탁본남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선운사측은 답사객.전문판매상들의 몰지각한 탁본행위를 막기위해비문에 콩기름까지 바르고 있다.탁본은 해당군청 문화공보실의 허가사항이다.
또 전남화순군 운주사(雲舟寺)의 길이 10가 넘는 와불(臥佛)은 답사객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한꺼번에 100여명씩 몰려 불상을 발로 밟고 지나가 돌이 깎여나가는등 훼손이 심각하다.운주사는 내년초 와불주변에 보호각을 설치할 계획이다.
고인돌 300여개가 떼무덤을 이루고 있는 전북고창군고창읍중림리도 답사객들이 고인돌 밑을 파헤치는 바람에 훼손되고 있다고 고창문화원 李모(52)씨는 한탄했다.
전남완도군 보길도는 고산(孤山)윤선도(尹善道)의 유적지로 이름나면서 이곳 기념물인 주먹만한 돌들이 바닥나 주민들이 답사객과 관광객들의 짐까지 검사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유물의 보고인 경북경주시 남산(南山)도 답사객이목잘린 불상에 올라타 사진촬영을 해 훼손이 우려된다.
◇대책=한국역사민속학회 박경하(朴京夏.39)연구실장은 『호기심으로 몰리는 답사객들에게 유물의 내력과 소중함을 설명할 수 있는 전문 답사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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