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 돌 9단 ●·후야오위 9단
흑은 충분히 유리하지 않은가 하고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흑은 귀까지 몽땅 잡고 바둑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전은 아무리 유리해도 끝난 것은 아니다.” 이세돌이란 호랑이가 산으로 도망갔으니 뒷일이 걱정 아니냐는 뉘앙스다.
후야오위는 왜 목을 칠 절호의 기회를 흘려보내고 말았을까. 거기에 구경꾼과 대국자의 차이가 있다. 훈수는 대국의 고통, 불안, 욕망에서 자유롭기에 어느 한 지점, 한 부분을 명쾌하게 집어낼 수 있다. 대국자에겐 자기만의 긴 스토리가 있으며 끝까지 안전하게 승리를 지켜야 한다는 최종의 목표가 있다. 서봉수 9단 역시 그 점을 잘 알기에 더 이상의 지적은 생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6, 168은 아프다. ‘참고도’ 흑1만이라도 선수해 뒀더라면 이런 수순은 존재할 수 없는 것. 목숨을 부지한 이세돌 9단이 170부터 재기에 나섰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