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태지 文化"와 실정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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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이라는 가요가 요즘 문제되고 있다.가출한 청소년의 답답한 가슴과 그들의 귀가를 권하는 내용의 가사가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내용과 달라서다.공륜에 제출한 가사는 「또 다시 제압은 시작되었지」였는데 음반이 나왔을 때는「부모의 제압」으로 바뀌었다.현행 「음반및 비디오에 관한 법령」에서는 음반이 심의내용과 다를 때는 3년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이하 벌금을 물게 돼 있다.관례상 음반을 원래대로 새롭게 제작해야 하지만 서태지 쪽에서는 이를 거부하고 있고,방송국가요순위에서는 이미 1위곡으로 선정돼 연일 이 곡을 방송하고 있다. 새로운 문화현상과 실정법의 마찰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가요의 내용상 「부모의 제압」이든 그냥 「제압」이든 전체 흐름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세 글자가 들어갔기 때문에 판매금지라는 공륜의 입장도 너무 빡빡하지만,굳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세 글자를 넣겠다고 우기는 쪽도 이해가 안간다.
「서태지…」는 분명 이 시대의 중요한 문화현상이다.그들은 10대의 우상이고,청소년문화의 대변자이면서 실제로 기성세대에 도전하며,청소년들의 아픔과 현실을 노래로 반영하고 있다.이런 서태지 그룹이 의미없는 세 글자를 두고 현행법을 무 시하면서 기성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몰고가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진정기성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면 애초에 사전심의를 거부했어야 하고,기왕 심의를 받았다면 심의의 원칙을 지키는게 순리다.서태지의 인기에 편승해 불법적인 가요를 연일 방송하는 방송사의 자세도 문제다. 어떤 문화든 중심문화와 주변문화간의 갈등과 마찰은 있게 마련이다.주변문화가 중심문화에 실험적 도전을 하고 충격을 줌으로써 문화의 중심축이 서서히 변해간다.중심문화와 주변문화간의 갈등과 마찰은 바로 이런 점에서 매도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가요의 사전심의제를 사후심의로 바꾸는 법개정을 앞두고쓸모없는 마찰을 일으켜 관심을 모으는 일이 선전술로 이용돼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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