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말하는 마무리 투수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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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병철 전 롯데 감독은 최고 마무리투수로 구대성(한화)과 임창용(야쿠르트)을 꼽는다. 상대 투수가 우리 팀 타자에게 고의로 몸맞는 공을 던졌다면 ‘보복 피칭’은 필수다. 지시가 있어도 심장 약한 투수들은 빈볼을 던지길 꺼린다.

그러나 구대성과 임창용은 슬쩍 와서 “감독님 어디를 맞힐까요”라고 물어본다. 그러고는 허벅지나 엉덩이 부위로 공을 던진다. 심장 떨리는 마지막 이닝을 막아내려면 배짱이 우선이다. 볼 위력이 좋은 투수들이 7, 8회에 나서는 셋업맨을 맡기면 잘하다가도 마무리로 나서면 금세 무너진다. 배짱과 강심장이 마무리의 ‘알파와 오메가’다. 마무리투수에 대한 비난은 감독에겐 금기다. 지든 이기든 경기를 마무리짓고 나온 투수에게 칭찬 대신 욕을 한다면 남은 시즌을 끌고 가기 어렵다.

블론 세이브가 계속되어도 로이스터 롯데 감독이 임경완을 놓고 ‘우리 팀 마무리는 임경완”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슬쩍 최향남을 마무리 군에 집어넣었다. 그런 이유에서다. 마무리는 훈련되는 걸까, 타고나는 걸까. 1960년대 후반 메이저리그에서 생긴 보직이니 ‘훈련되는’ 것이 맞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마무리 체질’도 있다.

보스턴의 마무리 투수 조너선 파펠본은 2006년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수업을 쌓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가 이틀 뒤 마무리로 되돌아왔다.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파펠본이 ‘너무 분해 잠을 못 자겠더라’며 벌건 눈으로 찾아왔다. 자기는 천상 마무리 투수라는데 이를 어떻게 말리겠는가”라고 말했다.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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