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여야 대책 고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노태우(盧泰愚)씨 부정축재사건은 이래저래 여야를 괴롭히고 있다.민자당 대선자금문제가 그렇고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20억원수수가 그렇다.말은 하지 않지만 모두 그만했으면 하는 눈치다.드디어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가 총대를 메고 『그만하자』며 국면전환을 모색하고 나섰다.
…盧씨 사건에 따른 민자당의 괴로움은 이루 말할수 없다.가뜩이나 잇따른 탈당으로 괴로움을 당하던 터에 盧씨 사건은 자꾸 당을 갈라놓고 있다.정계개편이니 하는 얘기들이 공공연히 돌아다닌다.물갈이 얘기는 더욱 기세등등하다.
김윤환(金潤煥)대표도 이쯤이면 됐다 싶었던지 8일 총선문제를본격 거론하고 나섰다.은근슬쩍 초점을 돌리려는 첫시도인 셈이다. 그는 이날 연내공천을 강력히 시사했다.사실 연내공천은 물건너간듯한 방침이었다.집권민주계가 내년초 공천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金대표가 북을 치자 강삼재(姜三載)총장이 장구를 치고나왔다.
그는 그동안 중단됐던 당조직정비를 재개하겠다고 말했다.盧씨 사건은 당조직 정비작업을 완전히 정지시켰었다.
이에따라 민자당은 검찰의 중간수사발표가 있은 직후 16개 사고및 신설지구당 조직책을 발표할 예정이다.이미 인선작업은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은 그러면서 11일 부여,12일 부평등 지구당개편대회도재개할 예정이다.개편대회마다 중앙당직자들이 대거 참석해 총선바람잡기에 나설 계획이다.민자당은 가급적 盧씨 수사문제에 대해서는 원칙론만 개진하면서 언급을 자제한다는 방침이 다.
…야당측에서 국면전환을 치고나온 쪽은 자민련 김종필총재다.그는 이날 비자금사태를 『소용돌이』라고 표현하면서 『빨리 끝났으면 한다』고 조기매듭론을 제시했다.그는 『사회의 안정.국민의 안심』을 전환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는 재벌소환에 대해서도 경제에 대한 영향을 거론하면서 확산보다 수습을 주문했다.그는 『(이번 일을)걱정스러운 요인들을 건강하게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며 정치인들이 정성을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련의 이런 움직임은 나름대로의 계산에서 나온 것같다.자민련은 金총재의 100억원 계좌의혹이 걸려있어 사태의 확대가 결코 자당(自黨)에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민련은 당론으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대선자금공개를 촉구하고 있으나 金총재 자신은 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국민회의는 비자금사태와 병행해 15대총선을 향한 작업과 공세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207개 미창당지구당중 국민회의는 6일 19군데 조직책을 임명한데 이어 8일 28곳을 발표했다.
한 관계자는 『후유증이 덜하고 경합이 약한 곳을 우선으로 한번에 20곳 내외씩 발표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조직강화특위(위원장 金令培부총재)는 지금까지 회의를 네차례 열었다.국민회의는 盧씨 비리사태를 대여(對與)공세에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인데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지구당창당대회를 통해 「집회투쟁」을 강행하기로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