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더 추운 정치권-盧씨 파동여파 돈줄 꽉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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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 파문이 여야 정치권의 자금난을가중시키고있어 각당이 당비.지정기탁금 모금확대등 재원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각당은 특히 총선을 5개월 정도 앞두고 이달부터 당원연수와 지구당 창당.개편대회등 각종 정치행사가 줄을 이음에 따라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나 盧씨 파동이후 기업.후원자들이 지원을 꺼리고 있어 선거전략에 차질을 빚을 정도다.
…민자당 김윤환(金潤煥)대표는 8일 『상임위별 의원 격려모임에서는 최소한도의 오리발이라도 줘야하는데…』라고 말하다가 말꼬리를 흐렸다.주고 싶어도 줄 돈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대로 가면 2주일쯤 뒤 당의 금고가 바닥날 것』이라며 특별대책이 필요하다고 金대표가 밝힐 정도다.민자당은 이와관련,50억원쯤의 자금을 긴급 융통하는 방안을 금융기관등과 협의중인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의 자금난은 사실 뿌리가 오래됐다.지방선거 중에는 이런저런 돈이 들어와 당이 제법 돌아가는 듯했으나 그이후 막막해졌다.선거결과가 시원찮게 나오면서 기업들의 지정기탁이 상반기에 비해 20%이하로 줄었다.7월부터 10월까지의 국 고보조.지정기탁금 총액 40억8,000만원은 거대여당의 경상비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민자당은 하반기 자금사정이 걱정되자 지난달초 재정위원단을 새로 구성하고 이들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직접 청와대에서 만찬을 열어주며 격려했다.
그러나 돌연 발생한 盧씨 부정축재 파동은 이 기업인들의 지갑을 닫아버렸다.대부분『두고보자』며 차일피일하고 있다고 한다.민자당도 할말이 없다.기업체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마당에 아무리 합법적 정치자금이라지만 무작정 달라고 할 형편이 못되는 것이다.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는 최근 한 간부회의에서『요즘 돈모으기가 어렵다』며 자금 압박을 호소했다.특별당비를 내달라는 말이다. 야당의 자금 사정이야 언제나 어려웠지만 국민회의 사정은 정말 말이 아니라는게 당직자들의 일치된 푸념이다.국민회의 소속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잇따라 정치자금 문제로 구속된데다 비자금사건까지 터진 때문이다.
국민회의는 창당자금으로 간부들에게 18억원정도를 모금해 지금껏 버티고 있다.이제 월 3억원정도 국고보조도 받게됐지만 4당가운데 가장 적어 턱없이 모자란다.합법적인 모금을 위해 다음달5일에는 당 후원회도 열 계획이다.
김종필(金鍾泌)총재의 사재(私財)를 털어 창당한 자민련도 사정은 어렵다.국고보조로는 당직자들에게 월급 주기도 빠듯하다.
때문에 金총재는 재력이 있는 당직자들이 당운영을 지원해주지 않는데 대해 상당히 섭섭해하고 있다고 한 당직자는 전했다.
국민회의가 분당해 나가 국고보조금을 혼자 차지하게 된 민주당은 야당중에는 비교적 사정이 나은 편이다.그러나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국고보조금 외에 주요 당직자들이 100만~200만원의당비를 내 충당하고 있다.한 당직자는 『국고보조가 나오는 3개월 단위로 회계하면서 돈이 모자라면 아예 안 쓰는 방법을 쓰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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