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오바마 암살’ 연상시키는 발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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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23일(현지시간) 사우스다코타주의 수 폴스에서 한 지역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수 폴스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경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그가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암살을 기다리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힐러리는 23일(현지시간) 사우스다코타주의 한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선을 그만두라는 요구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내 남편(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2년 6월 캘리포니아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이길 때까지 경선을 중단하지 않았다. (68년)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도 (당 대통령 후보 선출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다 그해) 6월 캘리포니아에서 암살당한 사실을 우린 기억하고 있다. 나는 왜들 물러나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힐러리는 케네디와 남편의 예를 들어 자신도 경선이 끝날 때까지 싸우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진영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바마의 대변인인 빌 버튼은 “힐러리의 발언은 부적절한 것”이라며 “선거운동 과정에서 설 자리가 없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언론도 힐러리를 비판했다. AP통신은 “힐러리가 어떻게 이길 수 있다는 것인지 분명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로버트 케네디의 암살을 언급하는 건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자(힐러리)의 마지막 간절한 시나리오(오바마 암살)로 들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힐러리는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온 나라와 특히 케네디 가문에게 충격을 줬던 그 순간에 대한 나의 발언이 불쾌감을 줬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 발언을 했다.

지난해 5월부터 각종 위해에 대비해 특별 경호를 받아온 오바마는 24일 “힐러리의 해명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유세하면서 “악의가 없었다는 힐러리의 말을 수용한다”고 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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