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설립은 쉬워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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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년부터 대학설립이 쉬워진다.대학 하나를 설립하려면 20여종의 서류를 제출하고,요건을 다 갖춰도 최소 3년을 기다려야 했던 게 지금까지의 대학인가방식이었다.이권화(利權化)되다시피한 진입장벽을 허물고,대학 설립의 자율과 경쟁을 통해 교육수요자의선택폭을 넓히자는 것이 대학설립준칙의 기본 정신이다.대학의 다양화와 전문화라는 측면에서도 대학설립준칙제 도입은 대학개혁의 핵심적 유도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본다면 설립은 쉽고 가르치기를 잘하는 대학이가장 이상적이다.대학 선택의 폭이 넓고,교육의 질 또한 우수하기를 바란다.이런 수요자의 기대에 한발짝 다가서자는 게 이번 대학개혁의 뜻이고,대학설립준칙안의 방향이다.
1 ,000명 단위의 소규모 단과대학에 7,000여평 교지와3,000여평의 교사로도 대학설립이 가능토록 하자는 개선안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재단의 수익용 재산도 400억원에서 30여억원으로 대폭 완화됐다.이러면 소규모 의과대학.패션대 학.미술대학에 자동차대학까지도 설립이 가능하다.대학의 다양화와 전문화를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의 남설(濫設)과 난립으로 예상되는 대학의질적 하락이다.공급확대를 통한 질적 경쟁이 아니라 개악(改惡)이 될 우려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준칙안은 재단전입금비율을 높이고,교수확보율을 강화하면서,교육프로그램과 연구 .실험.실습비등 대학헌장에 제시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대학 난립과 교육의 질적 저하를 막을 근본적 장치는 될 수 없다.
대학설립으로 목돈을 벌려는 의도가 있는 「학원 모리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설립 심의기능을 어떤 형태로든 강화해야 한다.또 재단전입금이 전혀 없고,교수확보율이 모자라는 기존대학에는어떤 경과조처를 둘지,기존전문대학이 4년제대학으 로 변신하려 할 때 일어나는 파장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 세밀한 부분의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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