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생각없다" 민주계,민정계 달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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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계개편설의 진원지로 알려진 민자당 민주계 중진 김덕룡(金德龍)의원이 6일 정계개편설을 부인했다.金의원은 이날 밤 63빌딩에서 김윤환(金潤煥)대표위원 주재로 열린 당소속 국회재경위원만찬에서 『그런 얘기들은 전적으로 우리 당을 위 해(危害)하는사람들의 발설』이라고 주장했다.『도대체 이런 판국에 정계개편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고 했다.
이날 오전 열린 주례 당직자회의에서는 金대표가 정색하고 이 문제를 제기했다.
비공개 토론순서가 되자 대표가 이영희(李永熙)여의도연구소장을지목했다.그러면서 이 연구소에서 펴낸『정책논단』11월호의 권두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6공과의 단절」을 주장한 글의 요지에 대한 질책 의미가 있었다.
李소장은 『6공비리와 단절해야 한다는 원칙론』이고 『민자당이이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이어 金대표가 다시 발언에 나섰다.『6공은 선거로 태어난 정권』이라며 『정통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그래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3당통합을 했다』면서 『6공이 아니라 개인비리와 단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지난 주말이래 金 대표는 일관되게 『정계개편이 가능한 얘기냐.6공단절은 또 무슨 소리냐』고일축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회의는 「부딪치는」소리는 나지 않고 종료됐다.그러나 회의후 金대표의 방에는 6공,특히 T.K출신의원의 발길이 이어졌다.지금 민자당 분위기는 묘하다.굳이 비유하자면 바짝 당겨진 줄(絃)과 비슷하다.이런 분위기에 민 주계 다수는무마를 시도하고 있다.
사실 정계개편은 무리같다.우선 현역의원 분포를 보면 민주계가소수다.또한 정계개편이 이뤄지려면 현역 민정계의원을 낙천시키고새로 투입하는 신인이 당선돼야 한다.지금 그런 보장은 없다.국회 언저리라도 스쳐간 사람이라면 『의석수가 줄 어도 좋다』는 자해(自害)식 개편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손뼉도 부딪쳐야 소리가 나는 법.민주계가 『실속도 없는 적자(赤字)개편은 생각없다』는 방침인 이상 민정계도 별다른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같다.그러나 고비는 남아있다.바로 공천이다.민주계로서는 꼭 잘라야 할 가지가 있다면 이때 해 도 늦지 않다.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리에 연관된 인사가 드러날경우 당선가능성 자체가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에 명분이 생긴다.
아마 민정계도 속으로는 이 부분이 걱정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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