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기업인 처리 청와대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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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사건 수사가 기업인 소환단계에 이르면서 기업인 처리문제가 관심사로 등장했다.
기업인 사법처리의 폭과 적용법규에 대해서도 정.재계의 이목이집중돼있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청와대와 여권(與圈)은 기업인 사법처리에 대해서는 아주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수사에 영향을 줄까 우려해 발언을 삼가고 있을 뿐이다.
盧전대통령의 퇴임후 3년도 더 지난 문제를 지금의 잣대를 들이대 일도양단식으로 재단하려 한다면 정계와 재계의 지도급 인사가 모두 사법처리 대상이 돼야 할 뿐 아니라 사회지도층의 공백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당시에는 대통령에게 정치자금을 주는 것이 관행으로 돼있었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었던 분위기였다는것이다. 별다른 죄의식없이 행해진 관행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심판받게 한다면 분노하는 국민들의 속은 시원해질지 모르지만 후유증은 모두 현정부가 감당해야 한다.
더구나 사건수사가 끝간데를 모르고 확대 일로로 치닫는다면 하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경기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다.
정무.경제.민정등 사건관계 수석실은 한결같이 『조사는 철저히해야 한다』면서도 『경제인들은 기업의 대외 이미지 손상등을 염려하고 있더라』는 우회적인 말로 우려를 표시한다.
1차적으로는 실명화해준 기업,2차로는 비자금의 도피처를 마련해준 기업에 대해서는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동감이다.
돈 준 기업 모두를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공감대다. 따라서 기업인에 대한 사법처리는 일단 검찰 수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최소수준으로의 조정을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대체적인 청와대의 분위기다.여기서도 물론 여론이 변수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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