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돈세탁과의 전쟁 선포 스위스 델 폰테 검찰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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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스위스 검찰당국이 신흥 국제범죄조직으로 떠오른 러시아.동구권마피아의 마약자금이 최근 자국 금융권에 유입됐다는 첩보에 따라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이 작업의 총지휘자는 「마피아 사냥꾼」으로 유명한 칼라 델 폰테 검찰총장이다.
이탈리아계인 그녀는 마약사범 검거에 워낙 뛰어난 수완을 보인탓에 이미 유럽지역 마피아의 주요 암살대상 명단에까지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그녀는 지난해 검찰총수 자리에 오른 뒤 「돈세탁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피아 소탕을 위해 마약자금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전략은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스위스 금융계의 비밀벽이 얼마나 높고 두꺼운가를 그녀는 새삼 실감하고 있다.
지난 9월 중순 스위스 검찰의 외신기자 정례 간담회 석상에서그녀는 『은행 수익을 축낼까 두려워 검은 돈 색출에 소극적인 스위스 은행가들의 체질이 스위스에 「불법자금 도피 천국」이라는오명을 씌우고 있다』고 성토했다.『스위스 은행 에 불법자금이 유입됐다는 정보를 으레 스위스 은행이 아니라 외국에서 먼저 듣게 된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지난달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선 『은행법 개정으로냄새 나는 돈이 들어 오면 금융기관이 사직당국에 신고할 수 있는 권리가 은행가들에게 주어졌지만 신고의무까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개정이 유명무실해졌다』고 개탄했다.
델 폰테 총장은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입수한 마약거래 혐의자 60명의 명단이 예금고객에 포함돼 있는지 여부를알려달라고 스위스 은행들에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그녀가 은행들로부터 받은 것은 예금자 명단이 아니라 「그래서는 장사가 안된다」는 100여통의 하소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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