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옷 순수 수선 40년 입고도 代물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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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년간 사용한 빨랫대,안감이 헤어져 천을 박아 입은 블라우스,40여년간 아껴서 입다 며느리에게 물려준 검은 예복 등….」 서울종로구이화동1 이화장 본관.이승만(李承晩)대통령 부인인 고 프란체스카 여사의 검소했던 생활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수많은 유품들이 가지런히 정돈돼 있다.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의 비자금 파문이후 부인 김옥숙(金玉淑)씨가 어마 어마한 부정축재에 직접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요즘 두 부인의 상반된 생활 태도에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속옷을 15년간 입었고 헤어진 옷가지들을 손수 기워 입던 어머님….살아생전 대통령부인으로서의 부귀영화를 몸으로 거부했지요.』 22년간 이화장에서 프란체스카여사와 함께 생활했던 며느리 조혜자(曺惠子.53)씨의 회상이다.
국내 최초로 생산된 제일모직감으로 맞춘 여성용 정장을 34년간 애용한 일,아들 인수(仁秀.명지대 법정대교수)씨가 선물한 협립양산을 31년간 사용한 일등은 여사의 근검절약 정신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이기도 하다.
또 국민학생이던 손자들에게 여사가 깎아주었던 몽당연필과 연필끼우개,오래됐지만 아직도 말짱한 구두,구두의 형태가 변하지 않도록 못입게된 한복을 뜯어 그 천으로 만든 「구두 주머니」,기워 신은 스타킹 등이 여사의 생전 생활태도를 적나 라하게 보여준다. 사치와 허영보다는 검소함을 보여준 고 프란체스카여사의 삶은 수천억원의 자금을 몰래 조성한 盧전대통령부부의 치부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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