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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과 서의 맛있는 만남 MACA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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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는 중국 땅이면서 동서양을 잇는 해상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다. 16세기 초, 이곳에 첫발을 들여놓은 서양인은 포르투갈인이었다. 그 뒤 500여 년이 흘러 지금 마카오 음식문화는 중국과 유럽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중국 요리와 유럽 요리를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 출발과 배경이 서로 다른 음식이니 그렇다. 마카오 음식이 눈길을 끄는 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이 만나 제3의 맛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매캐니즈 푸드(Macanese Food)’가 그것이다. 이는 중국과 유럽 요리의 단순한 혼합에 그치지 않는다. 포르투갈에서 가져오기 어려운 재료는 현지 것으로 대신했다. 포르투갈 무역상들이 세계 각국을 돌며 찾아낸 향신료와 조리법도 곁들여졌다.

“매캐니즈 음식은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에서 맛볼 수 있는 페라나칸 음식(중국계 이주민 남성과 말레이시아 본토 여성 사이에서 만들어진 요리)을 닮았어요. 현지에 없는 재료로 고향의 맛을 찾다가 독특하면서도 절묘한 맛을 창조해 낸 거지요.” 음식여행 전문가 백지원씨의 말이다.

‘동양의 소유럽’ 마카오만의 특별한 매캐니즈 푸드를 맛봤다.

<마카오에서> 글·사진=유지상 기자


바칼하우

Bacalhau. 포르투갈에서 대구로 만든 모든 요리를 이르는 말이다. 소금에 절인 대구를 2∼3일간 물에 담가 소금기를 뺀 뒤 굽거나 튀기거나 끓이기도 한다. 레스토랑에서 가장 많이 오르는 메뉴는 다른 해산물과 채소랑 크림으로 버무려 오븐에 구운 것이다. 부드러운 크림 속에 든 대구 살의 쫀득한 질감이 좋다. 포르투갈 전통요리와 다른 점은 중국 사람들이 즐기는 향채가 많이 들어갔다는 것. 잘게 부순 대구 살을 뭉쳐서 튀긴 대구 살 크로켓(Cod Fish Ball)은 애피타이저로 많이 찾는다.

아프리칸 치킨

바비큐 치킨에 커리 소스를 올렸다. 피리피리 후추 등 10여 종의 향신료를 썼단다. 닭고기에선 맵싸한 향이, 커리 소스에선 달콤쌉싸래한 맛이 난다. 전반적으로 매운맛이 강하다. 라이스(밥)에 비벼 먹으며 한국의 카레 맛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아프리칸 치킨은 메뉴 이름에 대한 ‘믿거나 말거나’식의 유래가 많다. ‘양념이 무척이나 매워 이것을 먹으면 마치 아프리카에 있는 것처럼 땀이 난다고 해서 지어졌다’ ‘포르투갈의 항해사가 가장 먼저 발견한 신대륙이 아프리카였는데 여기서 수입한 향신료를 많이 쓴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는 등등의.

크랩 커리

커리는 포르투갈 상인들이 인도를 거쳐오면서 마카오에 가져왔다. 게를 큼직하게 잘라서 양파를 넣은 커리 소스에 함께 볶아 낸다. 게의 속살을 파먹기는 부담스럽다. 그렇지만 게살의 진미가 응집돼 있는 집게발은 놓칠 수 없다. 집게로 껍데기를 부수기 어려우면 종업원에게 도움을 청할 것. 빵으로 게 맛이 넉넉하게 풍기는 커리 국물을 찍어 먹는 맛도 그만이다.

포르투갈식 소시지·햄

에피타이저부터 불꽃향연을 펼치는 메뉴가 있다. 불이 붙은 질그릇 위에 올려진 소시지다. 파란 불꽃 속에서 빨갛게 익는다. 적당히 익으면 얇게 썬 뒤 채소 샐러드랑 같이 먹는다. 소시지가 단단해 이빨이 약한 사람에겐 권하고 싶지 않다. 돼지 뒷다리를 통째로 소금에 절여 주방에 걸어 놓고 얇게 저며 먹는 햄도 있다. 이 역시 질기다. 멜론과 곁들여 먹으면 짭짤한 맛이 상큼한 과즙과 어우러져 입맛을 돋워준다.

해물밥

리조토(이탈리아), 파에야(스페인)에 버금가는 포르투갈 밥 요리다. 정해진 재료나 일정한 맛이 있는 건 아니다. 레스토랑마다 그 나름의 스타일로 만든다. 게·새우·조개관자·홍합 등 해산물이 들어가고, 토마토 퓨레 등으로 붉은색을 낸다. 서양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한 맛도 나는데 리조토나 파에야보다 국물이 많다. 우리나라의 밥을 국에 만 것과 찌개에 비빈 것의 중간 정도로 국물이 자박자박한 느낌이다. 쌀이 길쭉한 안남미가 아니라 집에서 먹던 멥쌀이었으면 그릇의 바닥을 보고 말았을 메뉴다.

에그타르트와 육포

에그타르트는 포르투갈 수녀원에서 만들어 먹던 것이 마카오에서 상품화됐다. 접시 역할을 하는 타르트 반죽에 휘핑크림과 계란 노른자를 혼합한 충전물을 올려 구워낸 것. 결따라 바삭거리는 페이스트리와 부드러운 노른자 크림 맛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현지인들은 아침 대용식으로 커피와 함께 먹기도 한다. 마카오 세나도 광장 주변 골목엔 육포를 파는 가게들이 많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로 만든 단맛·매운맛·순한맛 등 다양한 육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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